인스타툰 '과학고 생존일지' 작가 "천재 아닌 노력하는 자였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천재들은 노력을 안 해도 전교 1·2등을 척척 해내더군요. 저는 천재도, 즐기는 자도 아니고 끝까지 노력하는 자였던 것 같아요. 제가 발전하는 그 자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어제보다 성장한 제 마음과 지식수준에 성취감을 느끼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공부깨나 한다는 학생이 모두 모이는 과학고등학교. 그곳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속에서 버티는 것은 그야말로 '생존'에 버금가는 일이다.
직접 겪은 과학고등학교 입시와 학교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인스타툰 '과학고 생존일지'를 그렸고, 최근 단행본 '모락모락 차가운 윤찐빵의 생존일지'까지 펴낸 윤찐빵 작가를 12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고등학교 입시와 내신이 매워 봐야 얼마나 맵겠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과학고의 일상은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학생들은 수면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고, 난다긴다하는 동급생들 사이에서 등수를 끌어 올리기도 만만치 않다.
윤 작가는 "영재고·과학고 면접과 시험을 준비하기 전 한 달은 매일 새벽 2시까지 공부하다가 잤고, 과학고에 진학하고 나서는 거의 매일 새벽 3∼4시까지 공부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수면시간이 너무 부족해지자 하루 최소 5시간의 잠자는 시간은 확보하기로 했다며 "12시 취침, 5시 반 공부 시작 (계획을) 꾸준히 지켰다"고 했다.
또 "생명과학 수업은 2∼3㎏짜리로, 흉기에 가까운 아주 두꺼운 책을 갖고 했는데, 이 책이 너덜너덜하게 해어질 때까지 봤다"며 "오답 노트를 조그맣게 만들어서 급식을 먹을 때도, 수업 이동할 때도 보면서 머리에 욱여넣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공부를 한다고 해도 타고난 천재들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흔히들 말하는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에 대해 "즐길 수도, 천재도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노력이었다"며 "노력에 매달리고 보상을 바라던 마음이 저를 많이 지치게 했다"고 돌이켰다.
공부보다 힘들었던 것은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윤 작가를 뒤에서 욕하고 다니던 동급생의 존재였다.
그는 "(저를 괴롭히던) 그 아이 에피소드는 그리면서 만약 이 친구에게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할까 고뇌하며 그렸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이 고통으로 얼룩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경험한 것도 많았다. 윤 작가는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다시 과학고 진학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의 경험이 저를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그때 겪었던 고생과 경험이 아니면 지금의 제가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등학교 때가 가장 많이 고민했고, 제 나름의 답을 내려고 했던 때였다"며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등 굵직한 질문에 대한 답을 그때 스스로 다 내렸다"고 설명했다.
예술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좋지 않았겠냐는 말에는 "세상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정말 많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림과 공부의 재능을 따져보자면 공부가 낫겠다고 (봤다)"고 야무진 대답도 내놨다.
윤 작가는 과학고를 졸업한 뒤 현재 과학기술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조만간 대학원으로 진학할 예정이다.
사실 2학년에 컴퓨터공학과로의 진학을 결정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과했다.
"코드 오류가 날 때마다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아서 살짝 탈모가 올 정도였어요. 컴공을 계속하고 있었다면 지금 제 똥머리(올림머리)의 머리 당고가 아주 작아졌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많은 꿈을 안고 있다고도 털어놨다.
윤 작가는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고, 그다음에 취직하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작가를 계속하고 싶다"며 "창업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작가가 너무 잘 맞고 천직인 것 같다"면서도 "무작정 작가로 전향하지는 않고, 할 수 있을 때 여러 경험을 해서 속에 있는 이야기가 가득 차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작가의 생존기는 과학고를 넘어 과학기술원, 대학원, 그 뒤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미 '실버타운 생존일지'까지 계획해뒀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어 다시 고민하고, 답을 내고, 울고, 울음을 그치는 순간들을 모두 독자님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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