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괌 답다. 이나라한 곰바우..퍼스트비치도[함영훈의 멋·맛·쉼]

2023. 10. 1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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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클릭, 미국의 시작, 남태평양 수도⑦
남동쪽 여행..바리스타가 된 태권도사범

[헤럴드경제(괌)=함영훈 기자] 남북으로 긴 괌 섬은 북쪽엔 군사보호구역이 많고, 서쪽은 관광지가 매우 많다. 특히 허리쯤 되는 지역인 투몬만, 중심가 타무닝, 수도인 아갓냐에 리조트와 쇼핑, 음식점이 밀집돼 있는 상황이다.

같은 서쪽이라도 세티만 문화유산구역-해양생물보호구역 남쪽, 솔레다드 요새가 있는 우마탁 이남 지역 부터는 다소 덜 개발돼 호젓한 여행을 즐긴다. 바다와 정글이 닿아있는 남동쪽은 더욱 여유롭다.

괌 남동부 자연이 빛어낸 풀장, ‘이나라한 내처널 풀’
밸리 오브 더 라떼 민속체험 물소타기

많은 사람들이 괌의 남쪽 지역에서 신선한 매력들을 하나 둘 찾아내며 개척의 기쁨을 누린다. 이곳은 차모로 원주민의 비율이 높아 전통미와 순수함, 날것의 자연을 곳곳에서 목도하게 된다.

이번에는 괌의 남동쪽이다. 남서쪽 보다 미개발지역이 더 많아, 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괌을 호흡하고 싶은 여행자들가 좋아할 만한 곳이다.

▶차모로인들이 생각하는 곰= 땅끝마을에 해당하는 ‘아가(Aga) 포인트’, 아타오 비치에서 시작해 터틀 코프(거북만)까지 이어지는 괌 남동쪽엔 아직 상업적 손길이 닿지 않은 여러 해변 비치, 해변과 멀지 않은 곳의 정글과 강, 신이 빚어놓은 자연풀장, 곰과 거북이를 닮은 바위 등 다양한 야생을 마주하게 된다.

곰바위

솔레다드 요새가 있는 우마탁만 남쪽, 코코아일랜드가 보이는 메이조와 만넬 포인트, 아가포인를 지나, 완연히 동편으로 접어들면 곰바위(Bear rock)을 만난다.

곰바위는 아그파얀강 하구 남쪽, 바다 방향으로 튀어나온 곶(串) 같은 지형의 해안가 숲속에 있는데, 일반 관광객이 접근하기 어려워, 강 하구 북쪽에서 관찰할 수 있다.

동물이 서 있는 형상이지만 머리는 각이 진 모습이어서 곰처럼 생기지 않은 것 같은데, 차모로인들은 많은 동물을 놔두고 곰이라 붙엿다. 지도를 보니, 곰바위가 있는 곶(串)의 모양새도 곰 머리를 닮았다.

한편으론, 어쩌면 곰을 자주 보기 어려웠던 차모로인들의 이미지 속의 곰이라는 것은 이곳 곰바위 같은 형상일 수도 있겠다 싶다. 동일한 사물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이해하면서, 여행자는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안목과 관찰력·상상력을 키운다.

곰바위 주변 전경

곰 바위에서 서양식 묘지 몇 개를 지나면 라군이 되다 만 자연풀장을 만난다.

▶이나라한 자연풀장= 보통 바닷가 라군(석호)은 모래를 품고 오던 파도가 육지에 도착한뒤 본의아니게 퇴적시킨 그 모래 때문에 나가지 못해 육지에 고이면서 호수를 만들거나, 또는 해변지형이 융기하면서 고립된 물 웅덩이를 만드는 것인데, ‘이나라한 자연풀장’(Inarajan Natural Pool)은 용암이 물을 만나 굳는 과정에서 바다와 호수로 끊어지다시피한 지형이다.

바다와 자연풀장 둘 사이로 적은 양이지만 물이 순환한다. 파도는 바다와 풀장 사이 경계선쯤에 있는 바위 때문에 이미 힘을 잃은 상태다.

이나라한 자연풀장에서 패들보드를 즐기는 연인

신선한 바닷물이 끊임없이 순환되는, 그러나 파랑이 거의 없어 장판 같은 풀장은 편안한 해수욕을 선사한다. 세계 어느곳에 이렇게 안전하고 신선한 해수욕 풀장이 있을까 싶다.

원두막 쉼터에서 보면 풀장 왼편으로는 다이빙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오른편에 마련된 전망 계단을 오르면,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면서 형성한 신의 추상작품 같은 무늬가 바다와 자연풀장 사이에 신비롭게 그려져 있다.

바다와 자연풀장의 경계엔 신이 빚어놓은 섬세한 작품이 있다.

비교적 수심이 깊은 메인 풀장 옆엔 낮은 수심의 풀이 하나 더 있어,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태권도 사범을 하던 한국인의 슈퍼마켓에서 서울식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도 판다.

▶정글탐험 밸리 오브 더 라떼= 이제 우리는 해변가에서 정글을 탐험할 수 있는 밸리오드더 라떼(Valley of the Latte Tour) 어드벤쳐 파크로 향한다.

괌의 대표적인 강인 탈로포포강과 그 남쪽에 있는 우굼강이 이 파크에서 합류해 1㎞ 가량 더 가다가 탈로포포만으로 빠져나간다.

탈로포포강과 전통민속촌

탈로포포 강을 따라 괌의 정글을 탐험한다. 과거 차모로인이 살던 집과 생활방식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전통 낚시, 바구니 짜기, 코코넛을 활용한 불 피우기 등 전통문화와 음식을 체험하며 특이한 생강나무 등 보타니컬 가든의 각종 열대 식물도 관람한다.

이구아나 구경, 카라바오 물소에 올라타보는 액티비티를 할 기회도 얻는다. 원주민 해설가는 고대 라떼스톤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풀 지붕을 얹어 고정하는 짓는 원주민 가옥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로타 섬에서 채석한 귀한 돌 위에 지은 초당이 여느나라 초가집에 비해 웅장하다.

▶전범 잔당의 은신처= 우굼강에는 탈로포포 폭포가 있고 그 인근에 동굴이 하나 있는데,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일본군 중 미처 귀국하지 못한 잔당이 공개적 일상생활을 하자니 차모로민족 학살 원흉으로 찍혀 현지인에게 맞아 죽을 것 같아, 이 동굴에 숨었다. 이 잔당의 이름은 요코이였고, 동굴의 별칭이 되었다.

퍼스트비치

라떼밸리 북쪽 인근엔 퍼스트 비치가 있다. ‘GUAM(괌)’이라는 큰 표석을 해안가에 두었고, 백사장은 작지만 호젓하게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이드는 “기록에 남아있지는 않지만, 괌 원주민들은 ‘퍼스트 차모로가 처음으로 상륙한 지점’이라는 구전된 말에 따라 퍼스트비치라고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다.

▶해적바에서 파는 햄버거와 칵테일= 조금만 더 북쪽으로 가면 이판비치를 지나, 생뚱맞게도 햄버거집 하나를 만난다. 괌 남동쪽이 음식,숙박 등 면에서 아직 미개발지역임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곳이다.

괌 남동부는 미개발 지역이 많아 햄버거 집에 이곳을 여행온 사람들이 몰린다.

미국식인 제프스 파이어릿츠 코브 햄버거집은 별 다른 식사 대안을 찾지 못한 여행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해적 컨셉트의 바(Bar)로 꾸몄는데, 주 메뉴는 햄버거이고, 여행자들의 목을 축일 칵테일을 판다.

탈로포포 동굴에 숨었던 일본군 잔당이 차모로인들에게 맞아죽기 싫어 30년간 숨어있다가 일본인 관광객을 만나 귀국에 성공한뒤 영웅 대접을 받은 기사를 이곳에 걸어둔 것은 일본인관광객의 호감을 사기 위한 전시물로 보인다.

햄버거집에 붙여진 태평양전쟁 전범 일본군 잔당(동굴 30년 은거)의 모습.

한국인과 미국 본토인이 많이 찾는 요즘엔 그리 훌륭한 마케팅 전략 같지는 않다.

햄버거 가게에 여행자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문득, 괌 남동쪽에서 사업해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 마저 든다. 〈계속〉

■‘하파데이(HAFA ADAI)’ 괌 자연·휴양·레저·인문·역사·미식 기행, ‘괌 클릭, 미국의 시작, 남태평양 수도’ 시리즈, 글 싣는 순서 ▶2023년 9월18일자 ①4시간 만에 만나는 미국, 괌에서 차모로와 춤을.. ▶9월21일자 ②사진맛집 괌 솔레다드 요새와 우마탁의 인간창조 신화 ③지구는 둥글다고 일러주는 세티, 괌 5000년 유적 ▶9월28일자 ④괌-티니안 한국 후손들, “올 추석도 행복하길..” ▶10월5일자 ⑤괌 문화예술에 깃든 자존감,포용력 & 잘~놀기 ⑥검은 머리 한데 묶고 영원한 사랑을..괌 로맨스 ▶10월12일자 ⑦“손님 원하는대로” 한국인 천국, 괌 음식·쇼핑·클럽 ⑧가장 괌 답다. 이나라한 곰바우..퍼스트비치도 ▶10월19일자 ⑨돌핀크루즈,별밤,등산,민속..괌 컬러풀 액티비티 ⑩괌내 한국계, 필리핀계 이어 2위, 괌-한국 진한 우정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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