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로 공사 멈춘 건설업체 늘어… HUG 분양사고 '488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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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불러온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침체에 빠진 건설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빠졌다.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를 선택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사고를 초래한 건수가 지난 10년 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년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분양보증 사고가 올해 급증한 것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건설업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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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HUG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발생한 분양보증 사고는 총 9건, 사고액은 4881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분양보증은 시행사나 시공사 등 사업 주체가 파산 등의 이유로 분양을 완료하지 못할 시 HUG가 수분양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의 환급을 보장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주택법'은 일반분양 30가구 이상 주택 사업은 분양보증을 의무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사가 도산하거나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의 사유로 공사가 3개월 이상 지연되면 보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정의한다.
분양 계약자 3분의 2 이상이 분양대금 환급 의사를 밝히면 HUG는 이를 돌려준 뒤 사업장 매각 등을 통해 환급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계약자들이 환급보다 준공을 더 원하는 경우 HUG가 시행자가 돼 시공사를 변경, 공사를 마저 진행한다.
지난 2년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분양보증 사고가 올해 급증한 것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건설업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덕소6A, 금촌역 신일해피트리 지역주택조합사업장, 울산 온양 신일해피트리 사업장 등 3곳의 분양보증 사고는 지난해 국토부 시공능력평가 113위에 이름을 올린 중견 건설업체 신일이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발생했다. 지난 9월 회생 절차에 돌입한 대우산업개발 또한 짓고 있던 3곳의 공사를 중단하게 되며 3곳의 사업장이 보증사고 대상이 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업체)는 총 11곳이다.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총 405건으로, 전년 동기(211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으며 2006년 이후 17년 만의 최대치이기도 하다. 지난 8월 폐업 업체는 266곳으로 지난해 폐업을 결정한 종합건설업체(281건) 수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건설업체 부도 증가가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 특성상 폐업보다 양도·양수가 잦다는 점에서 부도가 늘어나는 것은 충분히 우려스럽다"며 "최근 건설경기는 시장금리 상승, 공사비용 증가, 수익성 악화라는 복합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인데,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가시화돼 대형 건설업체의 부도 사태가 발생할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는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증가에 따른 부동산 PF 부실화로 연쇄 도산과 경기 장기 침체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며 "자금시장 안정화 노력을 통해 건설기업 부실화를 최소화하고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으로 하도급업체로의 위험 전이를 차단함으로써 장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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