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참패에 국민의힘에서도 "망한 선거…윤 대통령 변해야"
56.5% vs 39.3%, 17%P 큰 격차 왜 "처음부터 명분 없는 선거"
"프레임 대통령 선거로 만들어" "국정운영기조 변해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에 17% 이상 큰 차이로 압승했다.
이번 선거 패인과 관련 애초부터 명분이 없는 선거를 윤석열 정권 심판선거로 스스로 만들어 판을 키웠다가 참패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회사로 치면 망한 선거이며 향후 윤석열 대통령과 당의 관계, 국정운영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총선에 적신호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신호라는 평가다.
12일 새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진행 상황 표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개표 결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6.52%(13만7066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39.37%(9만5492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권수정 정의당 후보 1.83%(4451표), 권혜인 진보당 후보 1.38%(3364표), 김누리 녹색당 후보0.21%(512표),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 0.66%(1623표) 순이었다.
1,2위 격차가 17.15%포인트 차이가 난 것을 두고 양측이 결집한 선거였는데도 예상보다 큰 격차를 보인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자는 11일 밤 수락연설에서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그리고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메시지를 내어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특히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선거 패배가 확실시되자 내놓은 입장문에서 “강서구민 여러분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더 고개를 숙이고,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께 먼저 다가가는 국민의힘이 되겠다”고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오직 '민생'만 바라보며 비정상의 정상화, 자유 민주주의 복원, 민생 경제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반성의 목소리나 국정기조의 변화와 같은 근본적인 탈바꿈의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 개표 종반무렵인 11일 밤 방송된 KBS 2TV <더 라이브>에 출연해 “참패는 참패”라며 “서울 강서구가 서울에서는 민주당 우세지역이라고 하나 경기도 인구 밀집돼 있는 남부나 서부에 비하면 사정이 좀 나은 곳 … 회사로 치면 망한거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총선까지 6개월 남았고, 어떤 일이 또 생길지 모르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지금 받은 성적표다. 이건 부인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현재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가르쳐 주는 성적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바뀌겠느냐'는 질의에 “바뀌지 않으려는 저항이 셀 것”이라며 “하지만 변화를 만들어 내야 겠죠”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운영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선거 패인을 두고 “프레임 자체가 대통령 선거로 갔다”며 “공천 과정에서부터 그렇게 돼됐다. 대통령 지지율이 안좋기 때문에 심판 선거로 가는 게 야당이 원하는 거였다”고 분석했다. 이 전 의원은 “공천 끝났다 해도 후보가 혼자서 겸손하게 주민들과 만나는 컨셉으로 갔어야 하는데, 전국에 있는 중진들 다 모아 한마디씩 하면서 마치 줄 선 느낌을 주고, 대통령 얘기를 계속했다. 프레임 자체가 대통령에 대한 심판 선거로 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는 대통령 국정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총선도 이렇게 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근본적 책임을 두고 이 전 의원은 “어디선가 (김 후보가 공천을 받아) 억지로 나가게 만든 것 아니냐 … 그게 대통령실 아니면 대통령 아니냐”며 “완전 대통령 중간평가 선거다. 중간평가가 이 수준이라는 건데,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이 전 의원은 “총선 뿐 아니라 정권 재창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당의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도 “이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 전 위의장은 “첫째 패배 일성으로 민심 앞에 겸허하게 돌아보고 쇄신하겠다는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안나오면 변화 의지가 없는 것이고, 둘째 지도부는 내일 아침 물러나는 게 맞으며, 세 번째는 지난 인사청문회 파행 이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아직 임명장 못받았는데, 김 후보자의 임명철회나 자진사퇴 등 가시적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국정운영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행 후보자 거취 문제를 두고 김용남 전 의원은 “오늘 선거결과 나온 이후에 어떤 조치가 이뤄지느냐. 지명철회가 되느냐 안되느냐가 분기점의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명철회되면 변화 조짐이 있을 수 있고, 임명 강행으로 간다면 인재영입도 어려워지는 당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언주 전 의원도 “김 후보자는 국민면접을 봤다가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거기 때문에 임명을 강행하네 마네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분은 이미 끝난 것”이라며 “더 이상 말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겐 불쾌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위의장은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을 두고 “대통령의 부정여론이 55% 넘고 긍정여론이 35%에 머무르면 선거에 백약이 무효라고들 한다”며 “결국 대통령이 안바뀌면 아무도 안 바뀐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며 “바뀌지 않으면 본인 임기 후반도 불행하고 내년 총선에 불행한 결과 맞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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