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사치스럽게 '세부' 에서 특별한 식사 한 끼
로컬 냄새 풀풀 나는 현지 음식을 맛봤다면, 맛을 음미하고 멋을 감상하는, 약간은 사치스러운 한 끼는 어떨까? 세부의 재료로 모던하게 재해석한 지중해풍 음식, 인접한 나라에서 온 진짜 태국 요리, 세부 해변에서 맛보는 나폴리 요리…. 세부는 다양한 미식의 세계를 보여 준다. 어떤 레스토랑이 진짜인지 잘 모르겠다면, 셰프의 경력을 참고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전 세계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유명 셰프들이 이끄는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세부 미각 여행을 더욱 다채롭게 해 줄 그런 곳들이다.
●특별한 날을 위한
안자니 Anzani
세부 시내 한가운데는 꽤 가파른 언덕이 있다. 네빌 힐즈를 오르다 보면 부부인 마르코(Marco)와 케이트(Kate)가 운영하는 안자니(Anzani) 레스토랑이 있다. 여긴 택시들도 다 안다.
안자니는 16살 때부터 스페인, 그리스 등 18개국 총 30개 도시에서 요리 경력을 쌓았다. 폴 보퀴즈와 알랭 뒤카세와 같은 전설적인 셰프들로부터 요리를 전수 받으며, 이스탄불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후 세부에 자리를 잡았다. 레스토랑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케이트는 세부에서 알아주는 요식업 사업가다. 이번 세부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세부 푸드 공동체'를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안자니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마치 아늑한 유럽의 오두막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식당은 몇 개의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1층은 메인 식당이며, 아래층엔 소규모 식사를 겸할 수 있는 와인 셀러가 있고, 발코니로 되어 있는 야외엔 알 프레스코 바가 있다. 발코니에 기대서면 안개 속에서 난초가 피어 있는 몽환적인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안자니는 지중해풍의 세부 퀴진을 내세운다. 파스타, 리소토, 피자, 해산물, 육류 요리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지중해의 맛을 내기 위해 올리브, 굴, 토마토, 레몬, 허브, 치즈를 다채롭게 쓰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은 하나하나 예술품 같아 포크를 들기 전에 카메라부터 들게 된다.
안자니는 모든 빵을 직접 굽는다. 작은 토분처럼 생긴 빵틀에 구워진 빵은 뜨끈뜨끈한 상태로 나온다. 갓 구운 빵은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함께 나오는 그리스 전통 소스인 차지키나 중동지역 소스인 후무스와 곁들여 먹으면 빵만으로도 이 레스토랑의 실력을 가늠하게 된다.
●세부의 선셋과 함께 타이 푸드
벤자롱 Benjarong
필리핀엔 많은 태국 음식점이 있지만, 제대로 맛을 내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태국의 고급 호텔 브랜드답게 두짓타니 막탄 리조트엔 수준급의 태국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있다. 벤자롱(Benjarong)에 들어서면 태국 특유의 환한 미소를 띤 직원들이 환영 인사를 건넨다. 벤자롱의 시그니처 식전주는 색깔이 점차 보라색으로 변한다. 시작부터 로맨틱한 기분이다.
오픈 키친을 통해 메뉴에 대한 신뢰도도 높였다. 태국 중부 프라친부리 출신의 셰프, 탄(Than)은 벤자롱의 모든 요리를 지휘한다. 팟 끄라 파오, 얌, 팟타이 그리고 그린 커리는 모두 탄의 고향에서 직접 배워 온 것. 기호에 따라 맵기도 조절해 준다. 타이 스파이시(Thai spicy) 단계가 가장 높지만, 한국인이라면 도전해 볼 수 있는 정도이며 태국 특유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두짓타니는 세부에서 유일하게 서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리조트다. 벤자롱에서 제대로 된 태국 요리를 맛보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스카이 가든에서 칵테일과 함께 마젤란만의 선셋을 감상하면 두짓타니의 저녁을 즐기는 완벽한 방법이 된다 .
●열대에서 맛보는 진짜 이탈리안 푸드
아쿠아 Acqua at Shangril-La Mactan
샹그릴라 막탄 리조트에 있는 아쿠아(Acqua)는 제대로 된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인도, 모리셔스, 네덜란드, 런던, 태국 등 미쉐린 스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수석 셰프 루카(Luca)는 나폴리 해변가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 샹그릴라를 선택했을까? 해변가에 있는 샹그릴라에서 루카는 고향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최근엔 코로나를 극복한 기념으로 나폴리를 넘어 이탈리아 전역의 맛을 보여 주겠다며 새로운 메뉴로 단장했다. 이탈리아 치즈 플래터, 카프레제 샐러드, 토마토만으로 맛을 낸 푸타네스카 파스타, 봉골레, 리소토 말고도 토스카나 스타일의 쇠고기 스테이크, 와규 스테이크, 양갈비 스테이크 등이 인기다.
제맛을 내는 피자 한 판, 사실 만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시그니처 피자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 피자'. 클래식 파르마 햄과 부라타 치즈, 모차렐라 치즈, 아르구알라(보통 로켓이라고 하는), 신선한 토마토소스와 바질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 풍성한 맛이 난다. 물론 전통의 마르게리타 피자는 말할 것도 없다. 요령과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낸 이탈리안 스테이크와 피자는 꼭 맛보길 추천한다. 와인을 잘 모르겠다면 셰프에게 모든 걸 맡기자. 이탈리아 와인과 완벽한 페어링, 마치 입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요리란 가족애와 행복감을 공유하는 확실한 매개체"라는 루카의 말처럼 가족 식사로 완벽하고, 로맨틱한 둘만의 식사로도 편안하다. 물론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도 한몫한다. 레스토랑은 풀 사이드에 있어 낮이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기분이 좋아지고, 밤이면 은은한 물빛과 별빛에 눈과 마음이 젖는다. 샹그릴라에 머무는 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쿠아 레스토랑 때문이었다. 같은 레스토랑을 두 번 오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글·사진 김진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세부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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