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학부모단체 “입시경쟁 완화 공감” vs 교사노조 “사교육비 증가 우려”

2028 대입개편안 엇갈린 반응
교원·학부모단체 개편 환영 반응
“선택과목 유불리 등 부작용 해소”
전교조 등 일부단체 ‘개악’ 맹비판
“특목고·특정지역, 상위권大 독점”
중학생 학부모, 학원가 문의 빗발
학원들 입시설명회 개최 잇따라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교육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생들이 적용받는 대입 개편 시안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선택과목 간 유불리 등 일부 부작용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수능·내신 변별력 약화에 따른 사교육 부담 가중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2018년에 이어 6년 만에 대입 제도의 커다란 개편이 예고되면서 사교육계에는 자녀의 희망 대학 합격을 위한 입시정보를 문의하는 학부모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선택형 수능 폐지 및 과목 통합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 대입 개편안이 공개된 전날 낸 보도자료에서 “과도한 입시 경쟁을 경감하려는 방향에 공감한다”며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내신 부풀리기 등 일부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다만 “추가 검토안대로 ‘심화수학’을 반영할 경우 상위권 이공계 희망 학생들의 필수과목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대책과 구체적 지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역시 같은 날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의 선택과목 유불리는 그동안 학생들에게 엄청 불만이 많았다”며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선택과목의 유불리 우려 해소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환영했다. 현행 9등급 상대평가인 내신을 5등급으로 개편하는 것과 관련해선 “내신 성적만으로도 지방이나 서울에 있는 여건이 열악한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주요 대학에 보낼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 및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개악안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수능 비중을 더욱 강화하면 수능에 유리한 특목고와 특정 지역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을 독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공교육계 입시 전문가로 통하는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현재 대입보다 내신 영향력은 크게 줄고 수능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대한민국 교육이 병든 환자라면 의사 역할의 정부가 환자 치료 대신 증상만 살펴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중학생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 입시카페에는 “현 중2를 둔 엄마입니다. 입시가 개편된다는데 정보력도 없고 해서 가입하게 됐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 관리는 사립고가 유리한가요”라고 하소연했다. 중3 자녀가 있다는 한 학부모는 “중2 학생들이야 새 입시제도에 맞춰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지만, 우리 아이는 만약 입시에 실패해 재수하게 되면 정말이지 대책이 없다”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서울 강남3구에 살고 있는 중학생 학부모는 “2007년생(현 고1)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숫자가 많아 재수생도 많을 텐데 08년생 아이들은 현역으로 (대학에) 가든 재수를 하든 뭘 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입시학원에서 주최하는 온라인 설명회를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학원가의 2028 대입 개편안에 대한 긴급 설명회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유명학원은 이날 오전 ‘핵폭탄급의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 발표,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하라’는 홍보문구를 내걸고 입시설명회를 열었다. 종로학원 등 대형 학원들도 새 대입 개편안에 관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매년 겨울방학에 다음 학년 교과과정을 선행 학습하는 ‘윈터스쿨’이 더욱 성황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윈터스쿨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중3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는데, 2028 대입 개편으로 새 입시제도를 적용받는 중2 학생들도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