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 재점화… 이재명 "당 아닌 국민의 승리"
전국구급으로 키운 선거 전략 실패
총선 패배 위기감에 분위기 뒤숭숭
당내 尹대통령 영향력 약화 가능성
반전 계기 맞은 민주당
비주류 ‘질서있는 퇴진’ 명분 사라져
비명계 일각선 “2024년 총선 독될 것”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두 자릿 수 득표율 격차로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한 국민의힘은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이번 선거가 사실상 ‘총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만큼 여권은 큰 내상을 입게됐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권영세 의원을 공동 상임고문으로 세우고 명예 공동선대위원장에 충청권 중진인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정진석 의원을 앉히는 등 이번 선거에 당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했다. 지도부도 총출동해 전력 지원을 펼쳤지만 무위에 그쳤다.
구청장 보궐 선거를 총선 전초전으로 몰아간 여권의 선거 전략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후보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한 탓에 여권 내에선 당초 ‘무공천’ 기류였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김 후보를 광복절 특별사면하는 무리수까지 써가며 구청장 선거 참여의 길을 열었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에게는 이 대표의 의중이 실리면서 이번 선거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됐다. 여권 내에선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의 구청장 보궐 선거를 전국구급 선거로 판을 키웠다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득표율 격차가 크면 지도부도 ‘민심을 받아들이고 우리 당이 환골탈태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총선 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출마한 김 후보자가 패배하면서 윤 대통령의 총선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측근이나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들게됐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는 본인 리더십에 대한 당내 반발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됐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수도권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탓에 친명(친이재명)계 내부에서도 올 연말쯤 이 대표의 퇴진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인 데다 이번 선거 승리까지 거머쥐면서 비주류 내 이 대표 퇴진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이런 이유에서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승리가 내년 총선에 ‘독’이 될 수 있단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명으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로) 당장 지도부 권한을 강화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 돼 당이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심의 흐름이라고 하는 게 한 발 한 발 일희일비할 게 아니고 쭉 흐름을 봐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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