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 재점화… 이재명 "당 아닌 국민의 승리"

박지원 2023. 10.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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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 휩싸인 국민의힘
전국구급으로 키운 선거 전략 실패
총선 패배 위기감에 분위기 뒤숭숭
당내 尹대통령 영향력 약화 가능성
반전 계기 맞은 민주당
비주류 ‘질서있는 퇴진’ 명분 사라져
비명계 일각선 “2024년 총선 독될 것”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두 자릿 수 득표율 격차로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한 국민의힘은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이번 선거가 사실상 ‘총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만큼 여권은 큰 내상을 입게됐다.

대선 패배 이후 불거진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당 내분이 증폭됐던 민주당은 이번 승리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총선 전 퇴진 가능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이 대표도 당내 리더십을 굳힐 수 있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는 선거 패배로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권영세 의원을 공동 상임고문으로 세우고 명예 공동선대위원장에 충청권 중진인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정진석 의원을 앉히는 등 이번 선거에 당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했다. 지도부도 총출동해 전력 지원을 펼쳤지만 무위에 그쳤다.

구청장 보궐 선거를 총선 전초전으로 몰아간 여권의 선거 전략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후보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한 탓에 여권 내에선 당초 ‘무공천’ 기류였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김 후보를 광복절 특별사면하는 무리수까지 써가며 구청장 선거 참여의 길을 열었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에게는 이 대표의 의중이 실리면서 이번 선거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됐다. 여권 내에선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의 구청장 보궐 선거를 전국구급 선거로 판을 키웠다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로 그간 당 안팎에서 제기돼온 ‘수도권 위기론’이 재점화됐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보궐선거 결과도 그렇지만 체감되는 수도권 상황이 심각하다”라며 “수도권에서 총선에 이기지 못하면 윤석열정부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된다. 참신한 인재발굴이나 경제위기 해소안 마련 등 타개책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김태우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에서 지도부 및 선대위원들과 유세 중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규 사무총장, 나경원 선대위 상임고문, 김 대표, 김 후보, 안철수 의원, 윤재옥 원내대표, 권영세 의원. 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추석연휴 기간 당 의원 전원에게 세 번 이상 강서구를 방문하고 결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등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큰 표 차의 패배로 나오자 당 내에선 김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일각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주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여권의 총선 메시지인 ‘거야 심판론’, ‘정권 안정론’ 등 선거 전략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득표율 격차가 크면 지도부도 ‘민심을 받아들이고 우리 당이 환골탈태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총선 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출마한 김 후보자가 패배하면서 윤 대통령의 총선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측근이나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들게됐다는 해석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승리를 발판삼아 대여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먹혀들었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를 총선 전략으로 십분 활용하는 전략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윤석열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는 데 마음을 모아주신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높은 사전투표율을 재차 언급하며 “정권심판 심리가 크게 작동했고 더 이상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폭정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민심의 폭발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대표는 이날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8시가 지난 뒤 당 지도부 단체 채팅방에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 민생파탄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승리에 따른 축제 분위기는 절대 안 되고, 민생 민주 평화를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더 큰 반성과 각오의 계기여야 한다”며 “부족함과 책임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더 치열하게 처절하게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다짐이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본인 리더십에 대한 당내 반발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됐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수도권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탓에 친명(친이재명)계 내부에서도 올 연말쯤 이 대표의 퇴진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인 데다 이번 선거 승리까지 거머쥐면서 비주류 내 이 대표 퇴진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이런 이유에서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승리가 내년 총선에 ‘독’이 될 수 있단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명으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로) 당장 지도부 권한을 강화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 돼 당이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심의 흐름이라고 하는 게 한 발 한 발 일희일비할 게 아니고 쭉 흐름을 봐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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