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독서냐”···북튜버 김겨울의 반전 지론[요즘, 책 어떻게 읽으세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요즘, 책을 이야기하는 유튜브 ‘겨울서점’이 있다. 운영자 김겨울은 책이 너무 좋아서 책을 알리는 ‘북튜버’가 됐다. 채널 구독자가 영상을 보고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약 26만명이 겨울서점을 구독한다. 김겨울은 독서를 “나와 다른 삶과 생각을 경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김겨울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왜 북튜버 활동을 시작하셨나요.
“북튜브 ‘겨울서점’은 2017년 1월 시작했습니다. 제가 유튜브를 즐겨 보고 있었어요. 2016년 서울 마포FM 라디오 ‘뮤직홍’의 진행자를 맡았어요. 좋아하는 주제로 방송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죠. 저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책을 갖고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콘텐츠를 기획·제작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직접 책을 읽는 경험으로 연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책을 안 읽어도 되도록 내용을 요약하는 북튜브도 있지만 저는 구독자들께서 책을 직접 읽으시길 바랐죠. ‘책의 재미를 함께 이야기하자’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책 소개뿐 아니라 책 행사를 가보거나, 작가를 모셔서 이야기하거나, 책과 관련된 게임을 합니다. 책 자체가 삶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죠. 책을 요약하거나 인용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주로 감상을 올립니다. 독서는 요약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유튜브를 보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텍스트에 능동적으로 뛰어들어 타인이 돼 보는 경험이에요. 책이 독자에게 능동성을 요구하지만, 유튜브는 독자를 수동적으로 만들죠. 단순한 정보를 찾는 데는 유튜브가 도움이 되겠지만 완벽하게 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소설이나 시를 읽는 일을 유튜브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죠. 사회과학서나 인문서도 완벽한 대체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책에 적힌 정보가 인터넷 검색으로 다 나오지 않아요.”
책을 읽으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도 많은데요.
“시간은 그 자체로 굉장히 중요합니다. 독서에 30시간 걸리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은 30시간을 통과해야 하는 경험인 거예요. 30시간짜리 경험 자체가 중요해요. 유튜브에서 10분으로 요약한다면 내용을 얻을 순 있지만 그 책을 읽는 일과 같지 않다는 거죠. 우리가 어떤 시간을 들이는 일에 대해서 너무 가성비적 사고를 하는 것 같습니다. 요약해 잘라내는 순간 독서의 풍부함을 못 누리게 돼요. 책에서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책에 빠져들어 다른 삶과 생각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독서’를 권하기 위해 ‘짧은 유튜브’를 이용하시는 셈이군요.
“유튜브에 사람이 많으니까요. 하하. 사람 없는 데서 이야기해봐야 들리지 않잖아요. 구독자들이 댓글창을 사회적 피난처처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사회·개인적 이익에 복무하는 독서’가 아니라 다른 의미의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요. 유튜브를 비롯해 우리가 자주 만나는 매체들은 자본 의존적인 경우가 많아요. 책이 자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돈의 논리에서 벗어나 삶을 진지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책을 얼마나 읽으시나요.
“지금 대학원을 다니느라 독서량이 좀 줄었는데, 지난해까진 완독한 책 기준으로 1년에 160권 남짓 읽었어요. 완독하지 않고 발췌독한 책은 더 많습니다.”
유튜브 영상이 책 읽기로 이어진다고 보시나요.
“겨울서점 구독자들께 ‘영상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책을 샀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단적으로 제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추천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1년 넘게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렸죠. 제가 추천한 책들은 도서관에서도 바로 대출되는 편이에요.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소셜미디어나 유튜브가 요구하는 집중력의 시간이 매우 짧아졌어요. 한편 책은 다가가기 어려운 매체라고 생각하고, 책의 쓸모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책을 읽는 일은 다른 어떤 매체도 주지 못하는 소통의 경험을 준다고 믿어요. 우리는 항상 확고하게 ‘나’로 살고 있잖아요. 책을 읽는 일은 ‘나’를 잠깐 잊어버리고 다른 삶을 체험해보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줘요. 내가 내 삶을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책에서 얻었어요. 제 삶에서 책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선택들이 많았습니다.”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10120600011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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