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특집] "이러니 김정은이 남한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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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을까.
우리 국민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남 일만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는 중동이나 우크라이나 못지않게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지역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언제든지 싸울 수 있는 이런 상황을 외면하면서 통일 없이 그냥 이렇게 잘살자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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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포기 가능성 제로…남한, 동맹으로 핵균형 이뤄야"
"유사시 중국군 두만강 건너 北 장악하고 무장해제 가능성"
"사적 이익 위해 북한주민 고통 외면하는 정치인 용납안돼"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을까.
우리 국민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남 일만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는 중동이나 우크라이나 못지않게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지역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아니더라도 불과 70년 전에 일어난 6.25 전쟁에서 남북한 사람 300만명이 죽었다.
6.25 전쟁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남북이 언제든지 싸울 수 있는 이런 상황을 외면하면서 통일 없이 그냥 이렇게 잘살자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깨어 있어야 할 정치인들의 상당수가 국방과 안보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의 관심은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번 금배지를 달아보는 것이다. 국방과 국민 안전이 시야에 들어올 리 없다.
그들의 그런 사적인 이익 때문에 국민이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전쟁을 또다시 겪을 수는 없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지난해 10월 [삶] 인터뷰를 시작한 이래 국방과 북한 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만 추린 것이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인터뷰]
-- 자주국방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무슨 취지인가.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결국 그 의지는 실종되고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서 한국은 아주 비겁한 나라가 됐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 최소한 전술핵은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니까 무슨 일만 있으면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니 김정은이 남한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겠는가. 한국의 경제력은 북한의 100배나 되는데. 외국 도움까지 받고서도 경제력 100분의 1의 북한과 싸우는 것에 겁을 낸다면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정신을 가진 나라가 아닌가. 한미동맹이 좋은 점은 있다. 그런데 그 부작용으로 한국의 정신을 좀먹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스라엘은 아랍과 싸우면서 지금까지 미군의 직접적 도움을 한 번도 안 받았다. 무기 지원을 받기는 했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순간 자국 사람들이 타락한다고 본 것이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인터뷰]
--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 그것은 아니다. 미군도 주둔하면서 자주국방도 같이 가져가야 하는데. 이게 사실 어렵다. 사람의 속성상 사대주의나 의존적으로 가게 돼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보수는 보수라고 말할 자격이 안 된다. 자위적 핵무장을 하자는 이야기를 10년 전, 20년 전에 해야 했다.
--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인가.
▲ 지금 이 단계에서 슬기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핵을 만들겠다고 하면 손에 넣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 쉬운 방법으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등이 있다. 미국의 핵 탑재 잠수함을 상시로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모든 것은 한미 관계만 튼튼하면 가능하다.
[박찬종 변호사 인터뷰]
-- 남북통일은 언제 이뤄질까.
▲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다. 만약에 북한 김정은의 건강이 악화하거나 쿠데타가 일어나는 등 돌발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남북통일의 호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군이 북한을 장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 상호 방위조약을 맺고 있어서 비상시에 개입할 명분이 있다. 중국군 28만 명은 압록강과 두만강 접경지역에 포진해 있는데, 두만강은 갈수기의 깊이가 얕기에 걸어서 북한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겨울에는 얼음 위로 걸어서 오면 된다. 사실상 중국군은 북한에 주둔하는 것과 같다. 북한에 들어온 중국군은 북한 전역을 장악한 뒤 자신들의 괴뢰정권을 세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일 협상의 대상자에 중국도 들어가게 된다. 통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 원론적으로는 남한이 압도적 우위의 경제력과 민주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남한의 우수한 정치·사회·경제적 시스템이 휴전선 넘어 북한에서도 불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이 남한 방식의 사회를 원할 것이다. 즉 북한 주민이 중국의 괴뢰정부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박찬종 변호사 인터뷰]
--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일을 만나기 전후에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했다. 이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가져도 남쪽을 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의 핵무기는 1차로 남한, 2차로 미군을 겨냥한 것이다. 그 결과, 한반도가 위험해졌다.
-- 남한도 핵무기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돼 있으니 핵무기 개발은 불가능하다. 한미 동맹을 통해 핵무기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찬종 변호사 인터뷰]
-- 80년대 학생운동권을 많이 변호했는데.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
▲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총학생회장, 미문화원을 점거하고 농성한 학생 등을 변호했다. 이들뿐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국 관련자들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그 당시 반미 자주를 외쳤던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이후에 권력을 얻어 돈을 벌고, 호의호식하고,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냈다. 거의 예외가 없다
-- 그들은 북한에 대한 어떤 태도를 갖고 있나.
▲ 나는 그들이 한때 사회주의, 주체사상 등에 경도됐으나 이제는 실제 마음속으로 종북 주사파나, 김정은 지지에서 벗어났다고 본다. 남북에 펼쳐지는 현실은 팩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 인권을 비롯한 북한의 문제점에 대해 말을 못 하는 것은 자신들의 사적인 욕심 때문이다. 그들은 젊은 시절 반미 자주를 외치고, 짧은 기간에 징역을 갔다 온 사실을 훈장화했다. 이를 재료로 국회의원,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도 됐다. 그러니 이제는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이들의 행태가 비겁하다고 본다.
[박찬종 변호사 인터뷰]
-- 6.25 전쟁은 남한의 공격으로 시작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 1980년대까지 북한 쪽 자료를 토대로 남한의 북한 침략설을 주장하는 학자가 있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그 나라가 보유한 모든 외교문서가 공개됐다. 그 문서를 보면, 1949년 10월에 김일성과 박헌영은 스탈린을 만났다. 그때 스탈린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북한의 남침을 승인하지 않았다. 1950년 3월에 다시 스탈린을 만난 김일성은 남한 침략이 성공할 수 있으니 승인해달라고 거듭 설득했다. 북한군이 38선만 통과하면 남로당 조직이 봉기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이승만 정권은 무너진다고 했다. 이 말에 스탈린은 귀가 솔깃해졌고 남침을 승인했다. 탱크를 비롯한 전쟁물자도 제공했다. 스탈린은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면 힘을 소모할 가능성도 계산에 둔 것으로 보인다.
-- 6.25 전쟁 이후 북한은 사회주의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했나.
▲ 김일성은 경쟁자들을 숙청했고 전제 군주체제를 만들었다. 김일성 유일사상을 주입하고 세습체제를 조직했다. 스탈린, 호찌민, 마오쩌둥, 티토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김일성 일가가 70년 이상 집권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사회주의인가.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 원장 인터뷰]
--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가.
▲ 국방의대가 아직 설립되지 않았고, 군에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국립암센터 원장(2000∼2006년)이 끝나갈 때쯤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한테 전화가 왔다. 그는 국립암센터는 잘 되고 있으니 이제는 군(軍) 의료를 도와달라고 했다. 군대에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서 의료사고가 자주 생긴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제안을 검토한 끝에 국방의대와 법인 형태의 국방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그런데 전국 의대학장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 의대 학장들이 반대했던 이유는.
▲ 의대와 의사 수가 더 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과대학장 협의회가 유관 의사단체들과 함께 신문에 반대 광고를 내기도 했다.
-- 우리 국군병원 의료수준이 낮은가.
▲ 2017년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던 북한군 병사는 북한군이 쏜 총탄에 맞았다. 그가 수술받은 곳은 군 병원이 아니었다. 이국종 교수(당시 중증외상센터장)가 있는 아주대의료원이었다. 나는 그걸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총상 입은 사람을 군 병원이 치료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연평도 포격전 같은 국지전이 발생해서 우리 장병들이 크게 다치면 군 병원이 중환자들을 살릴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은 군 병원에서 못 살리면 민간병원에서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휴전선 지키는 것을 왜 민간에 용역을 주지 않고 있는가?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 인터뷰]
--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전략적인 계산이 있다. 한미가 어떤 대응 조처를 해도 북한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북한은 전술핵 무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메시지라고 본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나.
▲ 김정은 체제가 존재하는 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남한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자고 하는데, 불가능하다.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 인터뷰]
--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두 가지 트랙으로 가야 한다. 하나는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정보를 유입시키고 교류도 해야 한다.
-- 북한 내부를 흔드는 그런 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과 같은 것 아닌가.
▲ 아니다. 북한과 대화와 교류를 하면서 음지에서의 활동도 해야 하는데, 문 정부는 북한에 정보를 유입시키는 국정원의 모든 예산을 없애버렸다. 이는 김정은 정권과 대화해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내부 변화를 통한 붕괴가 아니고 지도자 간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을 만나고 와서 북한의 핵 문제는 해결됐고 북한은 핵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그럴 힘도 능력도 없다고 했는데, 김 전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전략적 실수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 인터뷰]
-- 북한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 도움을 호소한 적이 있나.
▲ 미얀마의 아웅 산 수치 석방 운동 지지 선언을 부탁하러 정치인들을 찾아간 적이 있다. 이때 그들은 "미얀마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정권이 무서워서 외칠 수 없으니, 밖에서 도와줘야 한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달 후 미국에서 북한 인권법을 발표했다. 나는 같은 인사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더니 그들은 예상과 달리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북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결해야지, 왜 밖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했다.
-- 남한에는 사상의 자유가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에 대해 정서적 호감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 그럴 수 있다. 그런데 탈북 청소년들은 그런 사람들이 남한에 꽤 있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다. 아이들은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그곳에 가서 살아보면 좋겠다. 북한이 보내주는 곳 말고, 내가 살았던 곳의 주소를 찍어줄 테니 그곳에서 한 달만 살아보고 그래도 좋다고 느끼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은 1주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 북한 당국이 안내하는 곳은 위장된 것인가.
▲ 어떤 아이는 청진시 아파트에서 살았다. 외국인한테 보여주는 전시형 주택이었다고 한다. 외국인이 방문하면 아파트에 전깃불이 들어오지만, 그들이 떠나면 전력이 금방 끊긴다고 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 인터뷰]
-- 본인은 대학 시절 사회주의를 지향했나.
▲ 그렇다. 그때에는 그게 시대정신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 몰락 이후 독일에 가서 보니 유일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이 유럽 모델이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사회주의 개념이 결합하는 시스템이다. 독일의 경우 유치원부터 대학 박사과정까지 학비가 무료다. 외국인 아이들한테도 아동수당을 준다. 나는 22년 전에도 밝혔는데,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 무정부주의(자율주의), 녹색당(생태환경주의)이 우리가 지향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북한 사회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북한은 봉건왕조다. 대학 다닐 때부터 우리(PD·민중민주 계열)는 정통을 지향했다. 자본론도 읽었다. 그러나 저쪽(NL·민족해방 계열)은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이게 우민화다. 그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사회주의는 노동자들의 의식을 계몽시키고 각성시키는 것이며, 노동자들을 인텔리로 만드는 것이다. NL은 멀쩡한 인텔리마저도 우매한 대중으로 만든다. 북한은 말도 안 되는 체제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인터뷰]
-- 좌파 진영이 북한 주민 인권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 북한 정권과의 협상을 위한 전술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강경 주사파와 척지기 싫어서 그러는 측면이 더 큰 것 같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우파에 대한 굴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한반도에 혼란만 심해지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내 생각은 다르다. 혼란으로 인한 희생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면 역사 발전은 있을 수 없다. 혼란을 고려해서 잔혹한 독재정권을 못 본 척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 북한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방해받은 적은 있나.
▲ 좌파 정부 시절에 정부나 정부 외곽 기관으로부터의 지원이 대부분 끊겼다. 내가 하는 강연도 80% 이상 줄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인터뷰]
-- 북한민주화운동을 하다 희생된 사람이 많은가.
▲ 고통스러운 이야기다. 북한에서 총살당한 사람이 수십 명에 이른다.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 분들은 생사를 알 수 없다.
--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어떤 곳인가.
▲ 그렇게 극단적인 것 같지는 않다. 그곳에서 10년간 살다가 나오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수용소에서 6개월, 1년 정도 생활을 하다 보면 적응이 되고 요령도 생긴다. 개구리도 잡아먹는데, 어디에 가면 개구리가 많은지 알게 된다. 체질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찍 죽게 된다.
-- 수용소에서 개구리를 잡아먹어야 하나.
▲ 개구리는 양호한 편이다. 쥐도 잡아먹는다. 제공되는 밥이 너무 적고 옥수수 외의 다른 부식은 없기 때문이다.
[장기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인터뷰]
-- 사회주의를 지향한 적은 없나.
▲ 마르크스·레닌주의로부터 배운 것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사회주의에 빠진 적은 없다. 사회주의는 개인적으로 공부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에도 경도된 적이 없다. 주체사상을 읽어봤는데, 10페이지를 읽을 수가 없었다. 똑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나의 동년배 운동권 사람들은 '사회주의에 반대한다', '주체사상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람이다.
-- 사회주의를 지향했던 사람은 문제가 있는 것인가.
▲ 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평등을 지향한다. 다 같이 잘살게 하자는 취지다. 젊었을 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북한이 잘사는 나라가 됐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회경제 시스템을 지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북한을 굉장히 좋게 생각했다. 나는 "우리가 박정희의 장기 집권을 반대했는데, 김일성은 더 장기 집권하는 것 아니냐"고 선배들에게 따지곤 했다. 좌파 정당에 있는 사람 중에는 사회주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누리기 위해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 인터뷰]
-- 최근 논란이 되는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그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이 아니다. 국가의 정체성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개인적으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상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신조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해를 끼치거나, 나쁜 영향을 줬던 사람을 기릴 수는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그런 사람을 기념하거나 추모해서는 안 된다. 정율성은 북한 인민군 자격으로 6.25 전쟁에 참전한 사람이다. 현재의 중국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도 작곡했다.
-- '4.3항쟁'과 '여순항쟁'이라는 표현에 대한 의견은.
▲ 내가 먹고사느라 정신이 없이 지냈는데, 어느 날 깜짝 놀랐다. 제주 4.3사건이 '4.3항쟁'으로, 여순반란사건이 '여순항쟁'으로 바뀌어 있었다. 제주 4.3사건은 유엔의 도움을 받아 남한에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는 계획을 남로당이 저지하고 파탄 내려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여순반란은 제주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을 보내려 했는데, 남로당 군인 중심으로 이를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그걸 부정해서는 안 된다.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상을 해줘야 하지만 사건의 본질 자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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