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도입 2년째…경찰 "지역 각자도생 사라졌다"
"여기 놀이터가 저녁이 되면 어두컴컴하거든요. 범죄를 예방하려면 CCTV(폐쇄회로TV)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죠."
서울 성동경찰서 서울숲지구대 소속 성아빈 순경은 지난 8일 성동구 한 공원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놀이터와 운동시설이 모여있는 작은 쉼터로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성 순경은 무차별 범죄가 한창 일어나던 지난 8월 도보 순찰을 하던 중 이 공원을 유심히 지켜봤다. CCTV가 1개 설치돼 있었는데 운동시설이 모여있는 곳만 비출 뿐 정작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부근엔 화면이 비춰지지 않았다. 특히 놀이터 뒤쪽은 수풀이 우거져 있어 눈에 잘 안 띄었다.
성 순경은 현장 보고서를 직접 작성해 성동구청 공원녹지과에 조치를 요청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구청은 CCTV를 추가 설치하고 기존에 있던 화각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CCTV를 설치하면 가시적인 효과 때문에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안전 시설물을 요청했을 때 속전 속결로 해결해주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난 가운데 일선 경찰관들은 관내 지역 기관들끼리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지방 현안에 맞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2021년 7월1일 처음 도입됐다.
자치경찰제 이전에는 경찰청을 중심으로 시·도경찰청, 경찰서, 지구대·파출소가 움직이는 국가경찰제 구조였다. 경찰청이 하달하는 치안 정책을 각 지역에서 그대로 수행하다 보니 지역 특색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경찰의 설치·유지·운영 등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제가 등장했다.
자치경찰이 시행되면 치안과 관련된 예산 심사 단계가 대폭 축소된다. 이전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려면 관할 경찰서 보고, 지방경찰청 심사, 경찰청 소관 부서 심사, 경찰청 예산 부서 심사, 기획재정부 심사, 국회 심의 등 여섯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경찰서 보고, 시도 경찰청 심사, 시도 심의 등 세 단계를 거치면 된다. 이에 최대 2년이 걸리던 작업이 6개월로 단축됐다.
서울숲지구대 역시 지난 8월 순찰 도중 강변북로 진입도로 터널이 위험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자체 도움을 받아 2개월 만에 개선안을 마련했다. 해당 터널은 한강변 산책로와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 산책하던 시민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도보를 따라 들어가면 보행자 길이 갑자기 사라지고 자동차 전용도로만 나와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명이 없는 어두운 밤에는 자칫 잘못 들어갔다가 교통 사고 당할 위험이 컸다"며 "지구대는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조치를 건의했고 내년도 상반기 해당 구역에 보행자 진입 차단용 펜스를 설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일선 경찰관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 남부지역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자치경찰제 이전에는 지역 내 기관들끼리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일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역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니 안전 사고 예방도, 후속 대처도 하기 어려웠다. 축제가 열린다고 해도 다 따로따로 준비하다보니 엇박자가 났다"고 말했다.
서울 동부지역 지구대에서 일하는 한 경찰은 "지금은 지역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구청 관계자, 경찰 관계자, 소방 관계자, 건설 관계자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어떻게 처리할지 이야기한다"며 "경찰관 혼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협조 받아 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자치경찰제 도입 이후 경찰관의 업무가 각종 민원 처리까지 확대된 것에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한 경찰관은 "지역 치안 활동이 중요해지다 보니까 소음 갈등, 동물 사체 처리 등 사실상 경찰 업무가 아닌 것들까지 떠맡게 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70년 동안 진행된 경찰 제도를 2년 만에 변화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자치경찰제는 지방 분권을 가능하게 하고 지역 맞춤 치안 활동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서정희 "서세원 불륜녀, 내가 교회로 전도…갑자기 연락 끊더라" - 머니투데이
- 박호산 "이혼 후 아들 둘과 원룸 생활…생활고에 55층 유리 닦기도" - 머니투데이
- 배윤정 "11살 연하 ♥남편과 스킨십 매일 해…현재 13㎏ 감량" - 머니투데이
- "내 아이 맞아?" 돌변한 수의사 남친…"사실 나 유부남" - 머니투데이
- 아이키, '스우파'로 얼마나 벌었길래…"최근 북한산 뷰로 이사" - 머니투데이
- "연예인 불러와 수능 전날 밤 '쩌렁쩌렁'"…대학축제에 학부모 뿔났다 - 머니투데이
- 사색이 된 수험생 "여기가 아니라고요?"…14km 25분에 주파한 경찰 - 머니투데이
- 채림 "이제 못 참겠는데"…전 남편 가오쯔치 관련 허위 글에 '분노' - 머니투데이
- 현대차 노조 '정년 퇴직 후 재고용 직원 조합원 자격 유지' 부결 - 머니투데이
- '호랑이 리더십' 조지호 경찰청장, 민생치안 설계자로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