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가 부른 쓰레기통 논쟁 "버릴 곳 없어 너무 불편…관광객도 당황"

조현기 기자 김예원 기자 정지윤 기자 2023. 10.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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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서 찾기 힘든 쓰레기통…시민 10명 중 7명 "부족하다"
시민 의견 수용한 서울시,18년만에 정책 전환…25년까지 7500개
서울 명동 골목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척하는 모습 ⓒ 뉴스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김예원 정지윤 기자 = 10만여발의 폭죽이 서울 하늘을 수놓은 7일 밤 여의도 일대는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머문 자리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거나 가져가는 시민도 많았지만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린 시민도 적지 않았다.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도 담배꽁초가 나뒹굴었다.

불꽃놀이 때마다 쏟아지는 쓰레기를 보며 '쓰레기통 부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시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상에서부터 세종대왕상까지 확인한 결과 쓰레기통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커피와 생수를 마신 뒤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해 들고가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동도 마찬가지여서 지하철 4호선 명동역을 나와 명동예술극장까지 가는 동안 쓰레기통을 찾을 수 없었다.

명동 중심부는 환경미화원의 수고 덕에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지만 골목에는 빈 화장품 통, 커피컵, 음식물 등이 버려져 있었다.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던 20대 여성에게 다가가 "왜 버리냐"고 묻자 "그런 걸 왜 묻냐"며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근처 의자 옆에 버려진 쓰레기 ⓒ 뉴스1 정지윤 기자

◇ 서울시민 10명 중 7명 "길거리 쓰레기통 적다"…관광객들도 불편 호소

많은 서울 시민들은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며 지금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스1 취재진이 만난 시민 10명 중 6~7명은 쓰레기통이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쓰레기통을 늘리는 게 해법이 아니라는 시민은 10명 중 3~4명 정도였다.

실제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2021년 서울시민 31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3.3%가 서울시내 쓰레기통이 적은 편이라고 대답했다. '적정하다'와 '많은 편'이라는 응답은 25.2%, 1.5%에 그쳤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70대 김순자씨는 "지금 마시는 생수병도 버릴 곳이 없다"며 "화장실이나 역 근처 말고는 쓰레기통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대 공공화장실에서는 생수병과 과자봉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마스투아도 "서울 거리에 쓰레기통이 적어 쓰레기를 가방에 넣고 숙소로 가져가 버린다"면서 "말레이시아보다 더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쓰레기통을 늘리는 게 해법은 아니라는 시민도 있었다. 용산역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집에 가져가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안 버리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거리에 놓인 쓰레기통 ⓒ 뉴스1 정지윤 기자

◇ "길거리 쓰레기통 확 늘어난다"…시민 불편 고려해 18년만 정책 전환 이같은 시민들의 불만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현재 4956개에 불과한 길거리 쓰레기통을 2025년까지 7500개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가 18년간 이어온 길거리 쓰레기통 축소 정책을 확대로 바꾼 셈이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쓰레기통을 늘리고 줄이는 것에 찬반 양론이 있다"면서도 "시민 편리성을 고려해 쓰레기통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쓰레기통을 점차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022년 말 현재 4956개인 길거리 쓰레기통을 △2023년말 5500개 △2024년 6500개 △2025년 7500개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예산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쓰레기통 확충 예산은 7200만원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배 이상 될 것"이라며 "현재 예산 부서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쓰레기통 증가로 야기될 수 있는 일종의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은 "쓰레기통을 다시 늘리면 (지자체의) 관리 부담이 커지고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는 게 쉽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쓰레기통을 실제 설치하고 관리하는 자치구는 관리 부담 증가와 함께 쓰레기통 주변 청결 문제를 우려해 쓰레기통 확대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장·부구청장 회의에서 자치구에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쓰레기 버릴 곳이 없어 벤치·정류장 등에 마구 투기하고 있다"며 "쓰레기통을 없애자는 논리 중 하나가 '쓰레기통을 만들면 자꾸 버린다는 것'인데 단순히 버리는 행위 자체를 막는 것은 효용이 크지 않고 도심에 쓰레기통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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