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SK케미칼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SK케미칼지회 소속 직원들이 모여 제약사업부 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지용준 기자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SK케미칼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SK케미칼지회 소속 직원들이 모여 제약사업부 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지용준 기자

"직원들에게 단 한차례의 언급도 없이 몰래 매각하려 했던 것이 문제입니다"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310. SK케미칼 본사 앞서 제약사업부 매각 관련 집회를 개최한 이상열 SK케미칼지회 지회장은 "갑자기 회사가 매각된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업부 매각이라는 SK케미칼의 숫자 놀음 앞에서 노동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SK케미칼은 최근 제약사업부의 매각을 위해 글랜우드PE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매각가는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SK케미칼은 양사간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 등이 확정되는 시점에 관련 내용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제약사업부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노동조합의 첫 집회가 였다. SK케미칼지회를 비롯해 각 지역 노조(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금속노조 한온시스템전지회·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관계자 30여명이 모였다. 집회를 조직한 금속노조는 SK케미칼지회를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성우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교육선전국장은 "SK케미칼지회 노조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면서 "단체협약에는 회사의 분할, 매각 시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회사는 이런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했고 현 상황을 묻는 질문엔 비밀유지조항을 근거로 노동자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SK케미칼의 제약사업부 결정 이후 본사 앞 횡단보도에 경영진의 행태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SK케미칼 매각 저지 투쟁을 위해 금속노조 노조원들이 SK케미칼 본사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사진=지용준 기자
SK케미칼의 제약사업부 결정 이후 본사 앞 횡단보도에 경영진의 행태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SK케미칼 매각 저지 투쟁을 위해 금속노조 노조원들이 SK케미칼 본사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사진=지용준 기자


현장 노조 "매각 계획대로 안 될 것"

699명. 상반기 기준 계약직을 포함한 SK케미칼 제약사업부에 근무하는 인원이다. 전체 SK케미칼 직원 중 49.6%를 차지한다. 이번 SK케미칼의 집회는 반쪽짜리에 가까웠다. SK케미칼 노조는 두 갈래로 나눠져 있는데 이날 집회에는 본사 사무직 노조를 제외한 청주공장 금속노조만이 참여했다.

집회 현장의 목소리는 '고용불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매각 대상자인 글랜우드PE는 기업 인수 후 2~3년 안에 엑시트(투자회수)를 하는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익 극대화가 초점인 사모펀드 특성상 고용불안은 노조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이 지회장은 "사모펀드의 본질은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어서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추진되는 매각은 절대 회사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