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다이어트를 외칠 때 풍요를 그린 ‘남미의 피카소’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1932~2023년)는 모든 인물과 사물을 뚱뚱하게 그리기로 유명하다. 그러기에 ‘행복한 뚱보들의 작가’라는 애칭을 가졌다. 남미의 피카소라고도 한다. 그는 지난달 폐렴으로 세상을 떴다.
그는 바람을 넣은 것처럼 사람 몸을 과장되게 부풀리고, 식빵 같은 형상 감각으로 조각에 정겨운 유머를 담아냈다. 보테로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살 빼려고 애쓰지 말라는 위안을 느끼기에 편안하고 푸근하다.
과장되게 뚱뚱한 모습으로 그린 대표작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보테로의 <모나리자>다. 인류가 다이어트에 막 관심을 막 갖기 시작하던 1978년에 그렸다. 보테로는 어린 시절에도 모자리자를 통통하게 그린 바 있다. 그에게 뚱뚱함은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나는 풍요와 여유의 상징이었다.
“지금 같으면 양귀비도 비만 클리닉에 다녀야 한다”는 말처럼 궁핍의 시대에는 넉넉함이 아름다움이다. 현대는 식이 과잉 시대이니, 절제된 모습이 보기 좋아 보인다.
그래도 한국인에게 비만 기준이 과하다는 말이 많다. 현재 비만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이다. 30을 넘으면 고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몸무게 77㎏, 키 175㎝인 남성은 BMI가 25.1로, 그렇게 뚱뚱하게 보이지 않는데도 비만에 해당한다. 그래서 비만 기준을 BMI 27 정도로 올리자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비만에 따른 질병에 취약하다는 근거로 현재의 비만 기준을 쓴다. 그 정도 비만이면 당뇨병 발병 위험은 확실히 커진다.
비만 역설(逆說)이라는 말이 있다. 약간 뚱뚱한 사람이 체중이 정상인 사람보다 되레 오래 산다고 해서 나왔다. 관상동맥 협심증, 만성 심부전, 말초동맥 질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자가 과체중일 때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다. 이런 경향은 고령층이 더 뚜렷하다. 초고령 사회에서는 여러모로 조금 뚱뚱한 사람이 보기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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