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성당서 만난 뜻밖의 무대… 극장 밖으로 나간 공연들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심리적 거리 줄여
일상 공간 재발견하고 새로운 관객층 유입 효과
한강공원과 성당 채플실, 가정집과 고궁, 서울 도심 대로까지...
얼핏 생각하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공간들이 최근 공통점을 갖게 됐다. 바로 오페라, 발레,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장소라는 점이다. 최근 일상 공간을 무대로 만드는 '공연장 밖으로 나온 공연'이 주목받고 있다. 엄숙한 공연장을 벗어나 무대와 객석 간 거리를 좁히며 기존 공연 애호가는 물론 평소 공연과 친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지난해 10월 한강 노들섬에서 석양의 정취와 어우러진 야외 오페라 '마술피리'를 처음 선보인 서울문화재단은 올해는 오페라와 발레로 장르를 확장해 야외 무대를 꾸민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전막 발레 '백조의 호수'(14·15일)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21·22일)를 야외 특설 무대에 올리는 것. 노들섬 공연은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공연을 야외에서 무료로 선보여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해 티켓 예약이 1분 만에 마감되는 등 폭발적인 호응으로 올해는 객석 규모를 지난해의 1.5배인 회당 1,800석으로 키웠다. 가족 관객 비율이 30%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해 1인 예매 한도도 2매에서 4매로 늘리고, 일부 좌석은 '돗자리석'으로 운영한다.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형식을 탈피해 관객의 오감을 깨우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새로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 뿌듯하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벗어난 공연은 일상적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참가작으로 19, 20일 공연되는 거인아트랩의 '인.투(In.To)' 무대는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와 인사동 일대다. 관객은 AR글라스(증강현실 안경)를 착용하고 1919년 3·1 독립운동이 일어났던 탑골공원 등에서 당시 거리 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텍스트와 영상, 이미지로 보게 된다. 거인아트랩 측은 "무의미하게 지나쳤던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 길의 맥락을 살펴보고, 또 오늘의 내가 만들어 가는 그 거리의 새로운 맥락을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무대에 서고 싶은 공연자는 많지만 공연장은 부족한 현실에서 '탈(脫)공연장' 공연은 신진 아트스트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다. 2019년부터 공연기획사 목프로덕션과 서울 명동성당 주최로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열고 있는 '코리안 영 아티스트 시리즈'는 젊고 유망한 연주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획된 공연 시리즈다. 올해는 세 번째 시즌으로, 8월 목관오중주 뷔에르 앙상블의 공연과 지난 9일 작곡가 이하느리의 발표회에 이어 다음 달 13일에는 피아니스트 김준형의 리사이틀이 열린다.
공연장을 벗어나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공연자와 관객의 관계도 새롭게 정의된다. 박창수 작곡가가 2002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해 2014년부터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더하우스콘서트'는 지난 10일 롯데콘서트홀(2,036석)에서 1,000회 기념 공연을 가졌다. 마룻바닥에 모여 앉아 듣는 더하우스콘서트의 콘셉트를 살려 무대 위와 합창석 구역만 객석으로 오픈해 약 400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더하우스콘서트는 20년 넘게 이어지면서 참여 연주자 연인원이 4,700명에 이르고 피아니스트 조성진, 김선욱, 임윤찬 등 스타 연주자들도 이 무대를 거쳤다.
더하우스콘서트 대표인 박창수 작곡가는 "더하우스콘서트는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를 좁히자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됐다"며 "공연장이 아닌 작은 공간에서 연주자와 직접적 소통을 나누고 음악을 몸으로도 전해 듣는 색다른 콘셉트가 기존 클래식 팬뿐 아니라 클래식이 낯선 이들에게도 공연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창구가 돼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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