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대백제전, '한국삼바' 천안축제, '미래축제' 세종축제
축제는 끝나고, 결산의 시간이 왔다. ‘잔치’를 치른 각 지자체는 역대 규모, 최대 방문객 등의 수사로 자축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엇갈린다. 9일 일제히 막을 내린 충남도 공주시ㆍ부여군의 대백제전, 세종시의 세종축제, 충남 천안시의 흥타령춤축제 안을 들여다봤다.
행사 규모나 투입 예산에서 대백제전이 가장 눈에 띈다. 17일간의 대장정 동안 300만 명이 다녀갔다. 축제를 주최한 충남도 백제문화제재단 관계자는 11일 “행사 개최 2개월 전부터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홍보전을 펼쳤다”며 “특히 영화관, 야구장, 추석 전 특집생방송 등을 활용한 집중적인 홍보로 ‘300만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홍보비를 포함해 총 18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축제였다.
‘외화내빈’ 대백제전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문화체육관광부 축제심사위원인 지진호 전 건양대 교수는 “축제 목적은 지역활성화와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지,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게 아니다”며 “지역축제는 도심에서 열릴 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축제장소 선정과 행사 배치에서 세심함이 떨어졌단 것이다. 또 일각에선 대백제전이 성장하기 위해선 ‘오버투어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주시는 주무대를 공주 시내에서 3㎞가량 떨어진, 공산성 강 건너 북쪽 금강 둔치에 설치했다. 자동차를 이용해야만 시내로 이동할 수 있는 탓에 관람객들을 도심지로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공주시내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중동 제민천 인근에서 한옥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희씨는 “대백제전 기간이 길고, 관람객이 많을 것이라고 해서 아르바이트 직원을 두 명이나 뽑았다”며 “그런데 손님 수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램으로 ‘수상멀티미디어쇼’와 ‘미디어아트’를 제시했다. 그러나 호기심을 충족시켰을지 모르나, 축제에 참가해 그야말로 ‘흠뻑' 젖게 만드는 킬러콘텐츠는 부재했다. 7일 낮 세종에서 아이들과 공주 축제장을 찾은 김모(45)씨는 “대통령까지 찾은 행사라고 해서 기대를 했다”며 “그러나 200억 원 가까운 돈이 든 행사치고는 즐길 거리의 밀도와 ‘운영의 미’가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는 평가와 다르지 않다.
충남도 관계자는 “유서 깊은 대백제전(백제문화제)이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킬러콘텐츠 발굴과 부여와 공주뿐만 아니라 그 주변 지역까지 활성화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갖고 갈 필요가 있다”며 “각계의 평가와 세심한 연구를 통해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삼바축제’ 예약 흥타령춤축제
천안시가 주최한 흥타령축제에는 올해 16개국이 참가했다. 국내외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물론, 한국 관광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는 받는다. 단 닷새 동안 87만 명이 춤축제를 구경했다.
명칭이 천안삼거리문화제에서 바뀐 천안흥타령춤축제에는 현대무용, 고전무용, 왈츠, 룸바, 민속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계 각국의 춤이란 춤은 모두 무대에 올랐다. 천안시 관계자는 “막춤도 참여시켰을 정도로 춤의 종류가 광범하다”며 “특히 거리댄싱 퍼레이드는 흥타령춤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했다.
올해 축제에 16개국의 다양한 팀이 참가한 데에는 2012년 천안시가 춤축제를 개최하는 세계 각국 도시와 함께 ‘국제춤축제연맹(FIDAF)을 결성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천안시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공을 들였고, 그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천안흥타령축제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프리카와 유럽, 남미, 캐나다, 미국 등 79개 나라가 FIDAF 회원국이다. 천안시장이 당연직 총재를 맡고, 연맹본부는 천안문화재단에 두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
특히 흥타령축제가 도심형 축제, 시민 참여형 축제로 개최된 것도 성공 배경이다. 7일 거리댄스 퍼레이드가 열린 천안 신부동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정재모(32세)씨는 "날마다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다. 평소보다 손님이 세 배나 더 많았다"고 말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축제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마스코트(흥이&춤이)와 춤 대결을 벌이는 길거리 배틀댄스 등 시민들의 참여 확대에도 신경을 쓴 게 주효했다”며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 개발로 축제의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고도화 ‘미래축제’ 세종축제
이에 비하면 세종축제는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5일 동안 세종호수공원과 중앙공원, 이응다리, 조치원 일원에서 열린 축제에 20만1,000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세종시 관계자는 “한 관람객이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방문객을 ‘1명’으로 간주하는 측정 방식을 고수한 결과”라며 “이 역시도 최대 규모지만, 내실 있는 운영으로 양보다는 질에 집중, 지역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글과 놀다, 과학을 즐기다, 세종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린 축제는 크게 △한글 놀이터 △과학체험장 △호수 환상프로젝트 △친환경 축제 △이응다리 위의 서커스 △월드 뮤직 등 6개의 큰 주제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지난해와 같은 주제의 축제가 올해 고도화 했고, 세종축제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에 거주하는 한 중앙부처 공무원(35)은 “세종축제라고 하면 한글, 음악, 과학이 기본적으로 연상된다”며 “널찍한 공원과 호수, 금강 등 국내 어디서도 찾아보긴 힘든 축제 인프라 위에서 이뤄지는 탓에 유럽 어느 도시의 축제, 미래에서 온 축제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세종축제의 성황 배경엔 연계 협력 프로그램 증가도 있다. '모듈형 축제'를 지향하는 잔치답게, 시민들을 포함한 다양한 축제 행사 관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기리는 축제의 방향성은 지키면서도 시민들에게 즐길거리, 볼거리를 늘렸다. 대표적인 게 수상불꽃극 ‘호수 위 우주’ 공연을 세종축제에 접목한 것이다.
윤성진 세종축제 총감독은 “나흘 동안 불꽃으로 호수를 밝힌 불꽃극 외에도 인사혁신처의 ‘다리 아래 무비 페스타’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면서 축제가 커졌고, 지금 방향성을 지속한다면 축제는 더욱 커지고 내실은 더욱 다져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축제의 연계 협력 프로그램은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17개로 늘었다.
협력 프로그램으로 세종축제에 참가한 주체들의 만족도도 높다. 세종시민과 함께하는 공무원 문화행사로 '다리 아래 무비 페스타'를 기획한 인사처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재능을 시민과 나누기 위해 세종축제의 한 코너로 참여했다"며 "세종축제와 연계한 덕분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고, 풍성한 행사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덕분에 세종시 안팎에서는 ‘10억원의 예산으로 30억짜리 축제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윤형권 기자 yhknew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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