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경북대병원 파업...진료 발급창구 곳곳 비어 대기자 평소 4배

조백건 기자 2023. 10. 12.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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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 모인 서울대병원 노조 조합원들이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11일 파업을 시작한 서울 종로구 서울대 병원. 이날 오전 11시 병원 본관 1층의 진료기록 발급 창구는 6곳 중 4곳만 운영했다. 평소 같은 시간대 대기자는 10여 명이었지만, 이날은 39명으로 3~4배였다. 창구에는 ‘노조 파업으로 심한 대기 지연이 예상되니 응급 진료처럼 급히 사본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파업 후에 신청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환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창구 앞에서 유모(53)씨는 “평소 15~20분이면 받을 수 있는 서류인데 서서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며 “아들의 장애를 등록할 서류를 오늘 받아야 해서 회사에 반차 휴가까지 냈는데 답답하다”고 했다. 박모(63)씨도 “한 지방 병원에 입원한 남편이 5년 전 이곳에서 찍은 CT를 복사하러 왔다가 한 시간을 기다렸다”며 “파업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파업 끝나고 신청해 달라고 공지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했다.

채혈 창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송모(80)씨는 “지난달 26일에 받은 채혈 검사 결과지를 받으러 왔는데 앞에 밀린 대기자만 40명이 넘어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려 한다”며 “나이가 많아 병원에 자주 올 수도 없는데 기껏 찾아와서 서류 한 장 받아가지 못해 속상하다”고 했다. 이날 함께 파업에 들어간 경북대 병원에도 오전부터 환자가 밀렸다.

서울대 병원 노조는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공공 의료 수당 신설 및 의사 성과급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경북대 병원 노조도 요구 사항이 비슷하다. 서울대와 경북대 병원 관계자들은 “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 대부분이 병원의 재량 밖이라 난감하다”고 했다.

서울대와 경북대 병원 같은 국립대 병원은 공공 기관으로 분류돼 공무원과 같은 임금 인상률을 적용받는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 보수를 작년보다 1.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두 병원 노조는 1.7%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력 충원도 마찬가지다. 국립대 병원의 증원은 기획재정부 승인이 나야 할 수 있다. 두 병원 노조 모두 민주노총 산하다. 사실상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다.

또 노조는 ‘의사 성과급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두 병원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제도다. 최근 국립대학병원협회는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구인난을 완화하려고 ‘인건비 규제에서 의사를 빼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를 윤석열 정부의 ‘성과급제 확대 시도’ ‘의료 공공성 저해’ 등으로 부풀려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두 병원 노조는 이런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파업이 오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병원 모두 여러 중환자를 책임지는 상급 종합병원이다. 진료 차질 여파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서울대 병원 노조는 첫날 파업 참가 인원이 노조원 3800명 중 필수 인력 등을 제외한 1000명 정도라고 밝혔지만 정부는 700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 경북대 병원 노조도 이날 노조원 2400명 중 800명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했지만 정부는 실제 인원을 400~600명으로 파악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립대 병원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인 경우가 많아 연례행사처럼 파업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의료 파업 때도 부산대 병원 노조의 파업이 가장 길고(20일) 피해가 컸다. 부산대 병원 노조도 민주노총 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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