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 대비… 학생부 ‘세특’도 챙겨야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8 대입 개편안’은 수학능력평가시험에서 문·이과 구별을 없애고 고교 내신 등급을 완화하는 등 큰 폭의 변화를 담았다. 새 제도로 대학에 가야 하는 올해 중학교 2학년과 학부모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를 틈타 일부 학원은 발 빠르게 ‘설명회’를 열고 “국어·수학 선행이 더 중요해졌다” “새 전략이 필요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불안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진학 전문 교사들과 입시 전문가들은 “학원에 몰려갈 생각부터 하지 말고 중학교 때부터 학교 수업에 충실하는 등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 수능 국어·수학·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의 선택 과목들이 모두 사라진다. 수능이 단순해지고 시험 범위도 대체로 줄었다. 특히 사회·과학 영역은 고1 때 공부하는 ‘통합 사회’ ‘통합 과학’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워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선 학원에선 “국어와 수학 중요도가 더 커졌고, 서둘러 국어·수학 사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성길 인천 영흥고 교사는 “국어·수학이 중요한 것은 지금 수능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그해 수능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이 변별력을 만드는 것이지, 새 입시 제도 때문에 국어·수학이 더 중요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무조건 선행 학습을 하기보다는 기초 개념을 정확하게 익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예컨대 수학은 앞으로 현재 고교 문과생의 시험 범위를 이과생도 같이 친다. 이과생 입장에선 시험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 정부는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 문항’은 배제하면서도 수능 난이도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수학의 원리와 개념을 확실히 알아야 응용해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고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학생 스스로 기본 개념을 익히지 않고 학원에서 진도만 나가서는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중2는 수능에서 문·이과 상관없이 과학탐구와 사회탐구를 둘 다 쳐야 한다. 과학·사회 전반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교 1학년 때 배우는 과목에서 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학원에 가서 ‘킬러 문항’ 해법을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과학과 사회 영역에서 과목 선호도가 뚜렷한 학생들에겐 부담일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중학교 과학 개념이 고1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과학과 사회 모두 중학교 때부터 기초 개념을 확실히 익히고, 과학이나 사회 한쪽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고교 내신 제도가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하면서 내신 경쟁은 줄어들 전망이다. 1등급 받는 학생이 상위 4%에서 10%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내신 변별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부에 적는 ‘세부 능력 특기사항(세특)’과 여러 비교과 활동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학생부의 ‘세특’은 과목별로 수업 시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교사가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한 고교 교사는 “학교 생활을 성실하게 해야 세특 등 학생부에도 자동적으로 좋은 기록이 남는다”면서 “학원만 열심히 다니고 학교 와서 자는 학생들은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교 내신에서 ‘논·서술형’이 확대되는 것도 큰 변화다. 현재 중간·기말고사에서 논·서술형이 20~30%씩 출제되는데 이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관식에 적응하려면 중학교 때부터 독서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고등학교에 가면 과목별 수준이 올라가 문해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고, 논·서술형 답을 잘 쓰려면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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