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는 ‘고용 세습 요구’ 아닌 ‘고용 세습 반대’가 정상 아닌가
기아차 노조가 ‘고용 세습’ 조항 유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요구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 정년 퇴직자,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노조라면 최소한 겉으로라도 ‘공정’을 내세워야 할 텐데 ‘불공정’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하겠다고 한다.
고용 세습 조항은 공정한 채용 경쟁을 막고 구직자들의 기대를 좌절시키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노동부는 지난 2월 이 조항이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 위반이라며 단협에 이 조항을 명문화한 사업장 60곳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기아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도 지난 1월 개별 사업장에서 이 조항을 수정하기로 결정할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데 기아차 노조만 거부하며 파업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근 청년층 취업난으로 대다수가 20~30대 청년일 것으로 추정되는 ‘취업 준비자’가 67만명이 넘는다. 20대 고용률은 40~50대보다 20% 가까이 낮은 61%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세습 요구를 하는 노조원들은 일반 청년 구직자들이 느낄 좌절감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거대 노조의 기득권 집착이 청년 고용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의 행태는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원들이 얼마나 고임금과 과보호를 받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비난을 받더라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철밥통 직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이처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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