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청년수당 없애기, 그 개혁과 모험 사이

김종구 주필 2023. 10. 12. 03: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복지는 뒤로 갈 수 없는 거야. 그래서 시작에 신중해야 하는 거지.” 정창섭 전 경기도 행정 부지사가 해준 말이다. 2009년 또는 2010년 언저리였다. 경기도가 무상급식으로 발칵 뒤집혀 있었다. 모든 학생에게 공짜로 밥 주자는 거였다. 김상곤 교육감이 던졌고, 김문수 지사가 거부했다. 600억여원의 청구서를 놓고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의 결과는 무상급식의 완승이었다. 내 복지관은 그때 정해졌다. ‘퍼주기 복지’는 무책임하다. 공멸까지 멈추기 힘들거 같다.

2016년 더 화끈한 퍼주기가 등장한다. 기초지자체인 성남시다. 성남 거주 청년들에 1인당 100만원씩 주는 사업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막았다. 승리는 이번에도 ‘퍼주기’였다. 그 뒤 시장은 도지사로 컸다. 청년기본소득으로 다듬었다. 이어 문화예술인·농어촌·아동·청소년·장년 기본소득도 만들었다. 이 기본 시리즈로 도지사는 대선 후보까지 올랐다. 대선에서는 재미를 못 봤다. 재원 마련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도 예산에는 지금도 꽉 차 있다.

시장을 대선까지 밀어 올린 파괴력이다. 이걸 ‘안 준다’고 하면 어찌 될까. 정치적으로 무사할 수 있을까. 이 무모해 보이는 실험이 지금 진행 중이다. 성남의 신상진 시장이 시작했다. 관련 시 조례를 7월 폐지했다. 예산 집행의 근거를 없앤 것이다. 이미 시장선거 때 밝힌 약속이다. 이유도 설명했고 대안까지 말했다. ‘24세에만 찍어서 주는 것은 맞지 않다. 모든 청년이 혜택을 봐야 한다. 19~34세 청년의 취업 지원에 쓰겠다.’ 더 효율적으로 쓰자는 거다.

성남도 돈 없다. 탄천 교량 공사가 시끄럽다. 다리가 무너져 사람이 죽었다. 안전진단 했더니 탄천 교량이 전부 문제다. 재시공하는 데 1천610억원이 필요하다. 그걸 770억원까지 줄였다. 보도 폭 줄이고 한쪽 보도 없앴다. 야당과 일부 시민이 들고 일어났다. ‘시민 생명 볼모’라며 공격한다. 누군들 철옹성처럼 짓고 싶지 않겠나. 돈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닌가. 청년수당 폐지의 출발도 그런 거다. 매년 100억원씩 주는 정책이다. 끝없이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벌집이 됐다. 지역 더불어민주당이 나섰다. ‘보편적 복지’의 DNA가 있는 당이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완승했던 당이다. ‘청년수당 100만원’을 창조해낸 바로 그 성남의 당이다. 기회라고 봤을까. 시의원이 나서 맹공을 퍼붓는다. ‘시장이 책무를 방기했다.’ 도의원들이 김동연 도지사에게 간다. ‘도비 편성 건의서’를 들고 사진 찍는다. 논쟁의 주제를 바꿔 간다. ‘100만원 주자’와 ‘100만원 주지 말자’의 싸움이다. ‘신상진 구상’이 버거워 보인다.

경기도 ‘김 수석’이 말했다. “성남시 보세요. 현금 복지를 없애는 건 힘든 것 같아요.” 사실 그랬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바꾼다고 했었다.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은 다르다’고 했고,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라고도 했다. 도 예산 사정이 나쁘다. 세수 감소로 2조원 펑크 났다. 지방채가 1조4천억원까지 늘었다. ‘경제’가 평생 업이었던 그다. ‘퍼주기 복지’에 손을 대야 맞다. 시급히 없앨 퍼주기도 많다. 하지만 쉽게 될 거 같지 않다. 도정 역시 복지 불가역성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정 前부지사. 다시 생각해도 그가 옳다. 지금은 공직에 없다. 오랜만에 인사하고 원고를 보냈다. 맨 끝은 빈자리(“...”)로 뒀다. 다 읽고 답을 보냈다. “미래는 용기 있는 자들의 것이다. 한 사람의 탁월한 지도자가 시대를 변혁시킨다.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에도 옳다. 생각해보니, 우리에겐 기본이란 게 있었다. 공무원이 지킬 양심 같은 거였다. 아껴 써야 했고, 힘든 곳에 써야 했고, 두루 써야 했다. 그 기본을 되찾자는 거다. 그 당연한 주장이 지금 저렇게도 힘들게 간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