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쇠락하는 음식 특화거리... ‘인천의 맛’ 잊혀질까 걱정이다
낯선 고장으로 여행을 가면 누구나 ‘뭘 먹고 가지’ 한다. 특색 먹거리는 그 지역 정체성과도 겹치는 주요 관광자원이다. 음식 이름만 들어도 그 고장의 정과 냄새가 묻어난다. 그래서 전주에 가면 비빔밥집이 몰려있는 골목을 찾는다. 대구에는 따로국밥이나 매운찜갈비 거리가 따로 있다. 울산의 고래고기, 포항의 물회, 부산의 돼지국밥도 그냥 떠나오면 어딘가 허전한 여행이다. 인천도 그런 음식 자원이 많다. 물텀벙이 세숫대야냉면 밴댕이 삼치 꽃게 등의 거리나 마을들이다. 그런데 이제 이런 인천 음식거리의 풍경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인천시는 이들 거리들을 향토음식 특화거리로 정해 인천을 찾는 이들에게 소개해 왔다. 거리 초입에는 아치형 입간판도 세워 찾기 쉽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 거리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중이라고 한다. 밀집해 번성하던 가게들이 빠져나가면서 쇠락해 가는 것이다. 인천 동구 화평동의 세숫대야 냉면거리도 그 중 하나다. 이 곳 화평동 냉면은 1970년대부터 인천항 부두나 공장 근로자들로 붐볐던 특화거리다. 이제는 명칭과는 달리 냉면집은 몇 집 남지 않았다. 대신 한식뷔페나 옷집 등이 그 자리를 차고 앉았다. 그 곳 거리 전체가 냉면집으로 북적이던 시절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미추홀구 용현동의 물텀벙특화음식거리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에서는 아귀라 부르는 물텀벙이 탕이나 찜은 오랫동안 인천의 향토 음식이었다. 20여년 전 10곳이 넘었던 이 거리에도 물텀벙이 식당은 이제 3곳만 남았다. 물텀벙이 식당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분식집 쭈꾸미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동구 만석동의 쭈꾸미 거리는 만석부두와 북성부두가 가까워 생겨났다. 10여년 전만 해도 이름난 쭈꾸미전문점이 즐비한 거리였다. 쭈꾸미 축제도 열렸다. 그러나 이제는 서너집만 남아 명맥을 유지할 정도이다. 중구 밴댕이회무침거리도 그 전 같지가 않다고 한다. 40여곳의 밴댕이회무침가게들이 이제는 28곳으로 줄어들었다.
명맥을 이어가는 향토음식 특화거리의 상인들은 푸념한다. 특화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실질적인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추홀구나 중구 등은 이들 가게에 대해 도마 등 위생용품 지원에 그친다. 인천시도 군·구가 추천하는 일부 특화거리에만 홍보영상을 제작해 주는 정도라고 한다.
상인들은 이들 거리의 가장 큰 약점이 고질적인 주차난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다들 가게를 팔고 떠났다는 것이다. 향토음식 특화거리도 시류의 변화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을 찾는 이들이 ‘인천의 맛’을 쉬 떠올리지 못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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