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 80% “신청사 건립은 재정 부담… 보류해야”
“빚내서라도 지어야” 응답은 13%
유치 예정지 달서구는 반발
열흘간 서명운동 등 벌이기로
대구시는 이달 5∼8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대구시민 1000명이 갖고 있는 신청사 건립 사업에 대한 의견을 파악했다. 먼저 신청사 건립 사업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54.1%가 “잘 알고 있거나 다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건립 시기에 대해서는 “대구시 재정이 호전될 때까지 보류할 필요가 있다”가 80.7%, “빚을 내서라도 최대한 빨리 지어야 한다”가 13.4%로 조사됐다.
지역별 조사 내용을 보면 신청사 건립 보류에 대한 응답은 동구 87.6%, 수성구 86.4%, 중구 85.7% 순으로 높았다. 신청사 예정지가 있는 달서구에서도 빚을 내어 짓는 것보다 신청사 건립을 보류하자는 의견이 73.6%로 추진하자는 의견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나이대별로는 신청사 건립 보류에 대한 20, 30대 응답이 각각 89.2%, 89.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에 따른 재정 부담이 젊은 연령층의 시민들에게 더 크게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신청사 건립 추진 시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서는 “신청사 예정지 옆 유휴부지를 매각해 그 돈으로 짓는다”(60.5%), “한 해 200억 원씩 적립해 20년 후에 그 적립금으로 짓는다”(25.9%), “빚을 내 짓는다”(3.9%)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달서구 지역에서 유휴부지를 매각해 그 재원으로 건립하자는 의견이 65.9%로 대구시 전체 구군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유휴부지를 매각해서라도 적절한 재원 대책을 마련해 조속한 신청사 건립을 원하는 주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화 면접(70%)과 온라인 조사(30%)를 통해 실시했다. 응답률은 15.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표본은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 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만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선정했다.
대구시는 2004년 청사 건물의 노후화 및 행정 공간 부족으로 빌딩 임차를 시작했고, 2016년 경북도청 이전 터 건물까지 빌려서 사무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때쯤 청사 분산 운영에 따른 행정 비효율화 문제가 불거졌고, 신청사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는 2012년부터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경비를 적립하고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2019년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를 건립 예정지로 확정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1400억 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해 현재 600억 원이 남았다.
시는 신청사 건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옛 두류정수장 부지 15만8000㎡(축구장 면적의 약 22배) 가운데 절반가량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일부 대구시의원들의 반대가 이어졌고, 대구시의회는 지난해 말 신청사 설계비 예산 130억4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들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워 가며 빚을 내 신청사를 짓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며 “신청사를 지어야 한다면 유휴부지를 매각해 건립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달서구 주민들은 사업 지연 조짐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시청사 바로 세우기 추진위원회는 10일 오후 달서구청 충무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구시는 약속대로 신청사를 건립하라”며 “더 이상 독단과 독선으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 여론조사는 합의를 깨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시가 해야 할 후속 대책은 방치하다시피 한 신청사 건립을 이른 시일 내에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이달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신청사 원안대로 건립 촉구’를 위한 10만 명 서명운동을 한 뒤 신청사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거리 행진도 전개할 계획이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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