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지하드’...팔레스타인 신세대는 왜 점점 과격해질까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2023. 10.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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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플라자] 시체 위에서 ‘전투 구호’ 영상 전 세계 급속히 퍼져
소셜미디어는 태생적으로 자제보다 갈등 전파 탁월
근본 원인은 슬럼화한 가자지구… ‘틱톡 聖戰’ 릴레이도
일러스트=이철원

10월 7일 가자 지구의 집권 세력이자 무장 집단인 하마스가 분리 장벽을 넘어 전격적으로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요원을 침투시키고 민간인을 납치하며, 드론으로 이스라엘 전차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분쟁과는 강도를 달리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에 맞서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는 다시 폭발음과 화염이 몰아치고 있다.

민간인을 향한 폭력 영상이 인터넷에 당당하게 올라와 빠르게 확산된 것은, 많은 외부 관찰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스마트폰 보급 이래로 2013년 시리아 내전이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개인이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선전에 활용되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희생자의 시신 위에서 전투 구호를 다 함께 외치는 영상은 상례를 넘어서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다.

이를 이해하려면 가자 지구의 정치, 사회적 환경과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알 필요가 있다. 가자 지구는 세종시와 비슷한 면적에 230만명이 거주하는 곳으로, 2007년 이래로 16년째 이스라엘이 봉쇄하고 있다. 인프라 환경은 최악이고, 인구 이동도 통제되기 때문에 별다른 산업이나 일자리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러나 가자의 인구는 높은 출산율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불만에 찬 청년층 인구도 계속해서 늘고 있음을 뜻한다. 이스라엘과 협상을 추구한 서안 지구의 파타보다 이슬람주의 강경파로 구성된 하마스가 줄곧 집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0년 이후에는 불만에 찬 청년층에게 새로운 도구가 주어졌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였다. 스마트폰 가격이 낮아지고, 각종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자 지구와 팔레스타인 청년층은 이를 자신들의 정치적 불만을 공유하는 창구로 사용해왔다. 디지털 기술은 2011년 아랍 독재 정권의 연쇄 붕괴를 가능하게 하면서 그 위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리고 당대 많은 서방 관찰자의 기대와 다르게, 소위 ‘아랍의 봄’은 무정부 상태의 혼란과 극단주의를 퍼트렸고, 디지털 기술은 이번에도 그 첨병에 있다. 2018년 미얀마의 로힝야 위기 때 본격적으로 조명받은 것은, 소셜미디어가 그 특성상 종족 간 증오와 극단주의, 폭력 선동을 전파하는 데 최적화된 기술이라는 사실이었다. 가자 지구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스라엘이라는 적의 존재와 일상적 통제, 만성화된 실업과 빈곤은 타협보다는 성전(聖戰)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빨리 퍼지도록 해주었다.

상황을 한층 격화시킨 것은 중국을 통해 들어온 틱톡이었다. 이제는 청소년과 아이까지 틱톡을 통해 자신들의 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고, 번개 같은 속도로 퍼트리면서 가자의 여론은 한층 더 급진화했다. 하마스에 계속해서 들어오는 청년 단원들은 틱톡에서 파타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면서 신세대의 지지를 확보했다. 2021년에 가자에서 다시 이스라엘과 분쟁이 벌어지자, 틱톡을 쓰는 신세대는 팔레스타인의 저항 운동을 뜻하는 ‘인티파다’를 소셜미디어의 챌린지 운동으로 만들었다. 이스라엘 경찰이나 군인에게 맞선 공격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민간인에게 벌이는 린치도 ‘틱톡 챌린지’로 올라오며 투쟁의 모방을 불러왔다. ‘틱톡 인티파다’가 시작된 셈이다.

2023년의 전쟁은 틱톡 인티파다를 ‘틱톡 지하드’로 더 격화시켰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 지금, 소셜미디어를 열심히 사용하는 많은 무슬림 청년은 가자의 전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소셜미디어가 타협과 자제보다는 갈등을 전파하는 데 탁월하다는 일반적 논의에 비추어보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서구권에서는 반대로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우 사상이 퍼지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새뮤얼 헌팅턴이 경고한 ‘문명의 충돌’이 격화하는 상황인 것이다. 분노의 장이 되어버린 새로운 디지털 세계를 화합의 장으로 돌릴 길이 있을까. 세계적 불안정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오늘날, 디지털 세계의 규칙을 만국이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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