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수도권 원정진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40~50년 전 국내 일간지에는 '누구누구, 신병 치료차 도미(渡美) 또는 도일(渡日)'이란 내용이 지면 모퉁이에 심심찮게 실렸다.
예나 지금이나 수도권 원정진료는 여전하다.
지역 암환자들의 수도권 원정진료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수도권 원정 진료와 쏠림 현상이 지속되어서는 지방의료 상황이 갈수록 위축되고 고사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0~50년 전 국내 일간지에는 ‘누구누구, 신병 치료차 도미(渡美) 또는 도일(渡日)’이란 내용이 지면 모퉁이에 심심찮게 실렸다. 주로 정·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질병 치료를 위해 미국, 일본으로 건너간다는 이야기였다. 그중 일부는 정치적인 이유도 없지 않았을 터다. 1990년대 들어서는 그런 현상이 드물어진 대신, 부유층 사람이나 연예인들이 해외 성형수술 등 사치성 진료여행을 다녀오면서 세인의 입방아에 올랐다.
국내 의료기술 수준이 크게 향상된 1990년대 이후, 서울의 이름난 대학병원 앞 호텔에서는 빈방을 찾기 어려웠다. 그 대학병원의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각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보호자들로 거의 ‘만원’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비교적 경증 환자들도 섞여 있었고, 진료를 위해 호텔에서 며칠씩 묵고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고 적게는 수개월을 기다리는 지방 환자들도 줄을 이었다. 수도권 집중화의 한 단면인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도권 원정진료는 여전하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의 국회 제출 자료에서 새삼 밝혀졌다. 즉, 지난 5년간(2018~2022년) 서울의 5대 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거주 암환자가 모두 103만여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8만5000명을 기록해 광역시 중 최다이고, 광역도에서는 경남이 11만9000명으로 경북의 12만4000명에 이어 두 번째였다. 지역 암환자들의 수도권 원정진료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게다가 지난해에만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은 비수도권 일반 환자가 역대 최대인 9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의 87만 명보다 11%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그 인원이 줄었다가 2021년부터 다시 늘어나는 양상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서도 수도권 쏠림이 심각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 24만 명 중 수도권 점유율이 서울 59%를 포함해 전체 75%로 나타났다. 수도권 이외 점유율은 대구 5.6%, 부산 4.7%로 비교가 안 된다.
이처럼 수도권 원정 진료와 쏠림 현상이 지속되어서는 지방의료 상황이 갈수록 위축되고 고사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 피해와 영향은 지역 주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암환자를 비롯한 지역의 중증환자들이 굳이 서울로 가지 않도록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지방의료 인프라 및 전문인력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지방의료 지원과 활성화는 핵심적 요소이다.
구시영 선임기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