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해양수산부의 결자해지
지난달 초 경찰의 한 수사 결과가 보도된 뒤 지역사회가 들끓었다. 경찰이 직권 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은 정성기 전 해양수산부 부산북항통합개발추진단장을 포함해 추진단 공무원 5명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불송치한 것이다. 경찰은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당시 해수부 감사실 직원 2명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검찰에 송치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과와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을 잇따라 촉구했다.
당시 담당기자가 아니었기에 이와 관련한 이른바 ‘북항사태’를 면밀히 이해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야 했다. 관련 기사는 물론 해수부와 부산시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취재해 조각을 맞췄다.
정 전 단장은 2019년 초대 북항개발추진단장으로 부임한 뒤 각종 사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문가·시민사회단체 통합개발추진협의회 등과 함께 노면전차(트램)와 각종 공공콘텐츠 사업을 새로 기획해 포함시켰다. 추진단은 당시 해수부 항만국장, 장관 승인 및 결재를 거쳐 2020년 12월 30일 자로 사업계획 변경 승인 및 고시를 완료했다.
그런데 앞서 2020년 7월 항만재개발법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북항재개발사업 실시계획 권한이 추진단에서 해수부 부산건설소(부건소)로 이관됐다. 2021년 당시 부건소장이 북항재개발사업을 들여다보면서 의구심을 품었고 해수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해 3월 해수부는 공공콘텐츠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또 같은 해 4월부터 추진단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이후 정 전 단장 등 5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으며 징계절차에 돌입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경제계 등 지역사회가 해수부의 ‘억지 감사’를 비판하고 북항 재개발사업의 정상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멈추지 않았다. 이후 해수부의 행보 역시 일방통행식이었다. 지난 2년간 기획재정부나 법제처의 해석이나 입장을 무시하고 자체 감사 결과나 자체 유권해석만 반영해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에는 노면전차를 도시철도법에 따라 시행하며 사업자와 사업비는 ‘미정’으로 하는 내용으로 10차 사업계획을 고시하기도 했다. 부산시가 반대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마치 고의로 사업 추진과 내실화를 가로막는 게 아니냐는 인상마저 줬다. 부산시와 시민사회, 시민이 해수부를 향해 불신의 눈길을 보내며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해수부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당시 정 전 단장의 앞뒤 안 가리는 추진에 조직 안에서 ‘우려스럽다’는 말들이 많았다” “절차적 하자를 고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해수부 관계자들의 말을 수용하더라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처로 보기에는 감정적이고 과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일련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부산시민’이다. 2008년 첫 삽을 뜬 이후 15년이 넘도록 1단계 사업은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 공공콘텐츠 사업 역시 얽힌 실타래가 작지 않다. 친수공원 등 기반시설은 올초 준공된 이후에도 반쪽짜리 개방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지난주 희망을 품을 만한 소식이 들렸다. 북항 1단계 투자유치 공동협의회가 구성된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 등 3개 관계기관장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협의회는 투자유치를 비롯해 노면전차 등 공공콘텐츠사업, 1단계 공공시설 이관 등을 현안으로 논의한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북항 사태 당시 문성혁 전 해수부 장관도 수차례 부산을 찾아 사업의 조속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결과는 ‘말’과 달랐다.
북항재개발사업은 작게는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질 핵심 사업이며 국가적으로는 국내 첫 항만 재개발사업으로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제는 해수부가 결자해지해야 할 때다. 지금이라도 전모를 파악해 밝히고 전향적으로 조속 추진 및 완공방안을 내놓고 실행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부산시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민희 해양수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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