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에 먼저 나온 OTT 신작… 입소문 타고 안방 흥행 노린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엔 OTT 작품 여럿이 침투했다. 몇 년 전만 해도 OTT 작품이 영화제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2021년 처음으로 OTT 시리즈를 소개하는 ‘온스크린’ 부문을 신설한 부국제는 그해 2작품을 선보이더니, 올해는 디즈니+ ‘비질란테’, 웨이브 ‘거래’, 티빙 ‘러닝메이트’ ‘운수 오진 날’ ’LTNS’ 등 5작품을 초청했다. 한국 주류 상업 영화의 최신작 및 대표작을 선보이는 ‘한국 영화의 오늘-스페셜프리미어’ 부문 초청작은 3편 중 2편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독전2′ ‘발레리나’). 최근 들어 영화 감독이나 극장 영화에만 주로 출연해온 배우들 상당수가 OTT 작품으로 옮겨가는 등 OTT 작품과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긴 일이다. 초청 작품들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주변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고, 관객과의 대화에 나서는 등 영화제 후광을 노리고 있다.
◇한 방 노리는 ‘운수 오진 날’과 ‘거래’
이번 영화제에선 최근 수세에 몰린 국내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두 플랫폼 모두 잘 만든 콘텐츠 한 방이 절실한 상태다. ‘러닝메이트’ ‘운수 오진 날’ ’LTNS’ 등 온스크린 부문에서 최다 초청을 받은 티빙은 11월 24일 ‘운수 오진 날’을 먼저 공개한다. 믿고 보는 배우 이성민과 유연석을 투톱으로 내세웠다. 택시 기사가 손님으로 연쇄살인마를 태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드무비 형식의 스릴러. 차 안이란 좁은 공간 속에서 손님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렸다. 주로 선하고 젠틀한 역할을 맡았던 배우 유연석의 연기 변신이 관전 포인트다. 유연석은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특별GV(관객과의 대화)에서 “연기를 위해 사이코패스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며 “눈을 많이 안 깜빡이고 사람을 또렷하게 쳐다보면서도, 약간의 천진함을 표현해야겠더라”고 했다.
웨이브 ‘거래’는 지난 6일 전체 8부 중 2부를 선보였다. 매주 금요일 2회씩 추가로 공개돼, 오는 27일 완결된다. 돈에 눈이 멀어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하게 된 벼랑 끝 청춘 이야기로,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회당 40분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데다, 장르적 긴장감이 주는 재미가 있다. 배우 유승호와 충무로 수퍼 루키 김동휘의 연기는 그저 그런 범죄물로 흘러갈 수 있는 드라마를 지금 가장 날것의 대한민국 청년 이야기로 바꿔 놓는다.
◇현장 관심은 ‘비질란테’와 ‘발레리나’
영화제 현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은 배우 남주혁이 다크 히어로로 등장하는 디즈니+의 ‘비질란테’와, 배우 전종서를 원톱 킬러로 내세운 ‘발레리나’였다. 지난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발레리나는 단편 ‘몸값’을 통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넷플릭스 ‘콜’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이충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감독의 연인인 전종서가 콜에 이어 이번에도 주연을 맡았다. 보는 내내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화려한 미장센과 스타일리시한 액션, 감각적인 OST가 돋보이지만, 반대로 서사가 약해 “잘 만든 뮤직비디오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게 한다.
대사를 줄이고, 눈빛과 몸짓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전종서만큼은 탁월하다.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종서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치 발레리나가 공연하는 듯한 한편의 ‘시’ 같은 인상을 받았다”며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이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도 발레리나의 스타일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부분을 영화적으로 처벌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영화는 N번방 등 불법 촬영 성범죄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오는 8일 공개되는 비질란테는 모범 경찰대생인 지용(남주혁)이 밤엔 자경단 ‘비질란테’로 변신해 법망을 피해가는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이야기다. 사적 제재를 통해 범죄자를 응징한다는 점에서 영화 ‘범죄도시’ 같은 통쾌함이 있다. 광역수사대 팀장으로 나오는 배우 유지태는 “사회에서 부당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해결하는 걸 보면서 ‘사이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괴력을 써 동전을 반으로 접는 등 원작 웹툰을 그대로 옮긴 듯한 과장된 액션과, 아무리 범죄자라도 죽이는 과정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한 잔혹성 등이 얼마큼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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