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가령, 이런 사랑 /박화남

장남숙 시조시인 2023. 10.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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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식물을 소재로 하여 조건 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울타리 넘어가다/울타리가 된 등나무'와 '산등성이 넘어가다/발목 잡힌 나무처럼'에서 리듬을 타는 듯한 언어감각이 돋보인다.

마지막의 '여기가 어딘지 몰라도 멀리 함께 가겠다고'에서는 자신의 위치나 상황은 제쳐두고 어디든 함께 가겠다는 그 사랑이 눈물겹다.

요즈음처럼 각박한 현실에서 이성이나 판단이 아닌 무의식에서 나온 숭고한 '가령, 이런 사랑'에 오늘 아침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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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기획

울타리 넘어가다

울타리가 된 등나무


어깨를 뒤틀어서 철조망을 품었다

차갑게 얼어있는 네게

뼈를 심듯 몸을 연다

산등성이 넘어가다

발목 잡힌 나무처럼

그 자리 몸을 굽혀 너를 안아들었다

여기가 어딘지 몰라도

멀리 함께 가겠다고

시인은 식물을 소재로 하여 조건 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울타리 넘어가다/울타리가 된 등나무’와 ‘산등성이 넘어가다/발목 잡힌 나무처럼’에서 리듬을 타는 듯한 언어감각이 돋보인다.

얼마나 지극한 사랑이기에 울타리를 넘어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울타리가 되었을까? 또, 마음속에 철조망을 품고 차갑게 얼어있는 네게 뼈를 심듯 몸을 열 수 있을까?

마지막의 ‘여기가 어딘지 몰라도 멀리 함께 가겠다고’에서는 자신의 위치나 상황은 제쳐두고 어디든 함께 가겠다는 그 사랑이 눈물겹다. 요즈음처럼 각박한 현실에서 이성이나 판단이 아닌 무의식에서 나온 숭고한 ‘가령, 이런 사랑’에 오늘 아침이 환해진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가파른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느리더라도 어깨동무하며 함께 나아가는 우리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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