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물려준 아빠, 이야기로 팽창시킨 딸

이호재 기자 2023. 10. 12. 0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너는 네가 사는 나라가 지구의 중심이라 생각하지만, 세상엔 많은 나라가 있단다. 우리가 사는 지구 역시 우주의 중심이 아닐 수 있어."

미국 작가 사샤 세이건(41)은 최근 한국을 찾기 며칠 전 딸에게 지구본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 작가
칼 세이건 딸 사샤 한국 첫 방문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사랑뿐”
사샤 세이건은 “딸이 크면 외진 곳으로 가 밤하늘 별을 보며 이 광경을 처음으로 본 최초의 인간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함께 상상해볼 것”이라고 했다. ⓒBrian C. Seitz 문학동네 제공
“너는 네가 사는 나라가 지구의 중심이라 생각하지만, 세상엔 많은 나라가 있단다. 우리가 사는 지구 역시 우주의 중심이 아닐 수 있어.”

미국 작가 사샤 세이건(41)은 최근 한국을 찾기 며칠 전 딸에게 지구본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코스모스’를 쓴 미국 천문학자인 아버지 칼 세이건(1934∼1996)이 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에게 한 말 그대로였다. 그는 지구본을 빙빙 돌리며 덧붙였다. “네 할아버지는 인류의 시선을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한 분이야. 우리가 사는 곳이 우주라는 걸 깨닫게 한 분이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10일 사샤 세이건을 만났다. 그의 어머니는 ‘코스모스’를 TV 다큐멘터리로 칼 세이건과 함께 만들어 에미상을 받은 영화 제작자 앤 드리앤(72)이다. 그는 미국 뉴욕대에서 극문학을 전공한 뒤 시나리오,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의 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방한한 그는 에세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2021년·문학동네·사진)를 펴낸 이유를 묻자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이 책은 아버지께 드리는 제 연서입니다. 종교, 신화, 과학, 문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 나누지 않고 ‘우주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아버지의 시각이 담겼죠.”

에세이엔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라며 과학적 사고를 강조하면서도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다”라며 인류애를 놓지 않았던 아버지의 평소 언행이 담겼다. 또 그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우주적 관점’으로 탄생, 결혼, 죽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단상을 써 내려간 글도 포함됐다.

그는 “아버지는 평소 글을 쓰기보단 말하며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며 “나와 대화하며 ‘네 덕에 새로운 생각이 났다’고 말한 적도 자주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인류는 문화, 종교의 차이에 집착하며 서로를 다르다고 생각하고 싸운다”며 “우리가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작은 지구에 사는 미미한 존재라는 걸 깨달으며 우리가 서로 비슷한 존재라는 걸 상기하면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책 출간은 부모 덕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전 운이 좋아요. 특별한 아버지가 물려주신 ‘생각’이란 유산 덕에 제가 있을 수 있었죠. 아버지와의 만남, 상실 그 모든 것이 절 만들었기 때문에 제 글에 아직 아버지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아버지의 책을 읽으면 여전히 아버지와 제가 연결돼 있다고 느껴요.”

그는 웃으며 다음 계획을 밝혔다.

“제 두 아이와 이야기하면 생각이 샘솟아요. 언젠가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책을 쓰고 싶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