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석 객석 대신 무대에 앉은 관객들
지난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더하우스콘서트(하콘) 1000회 기념 연주회. 지난 2002년 7월 서울 연희동 단독 주택에서 출발한 뒤 가정집·녹음실·스튜디오 같은 일상적 공간도 음악회장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 ‘하콘’이 1000회를 맞았다. 이날도 공연장에 들어서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객석 2000석을 대부분 비운 채 무대 위에 설치한 간이 의자와 무대 뒤편의 합창석에만 관객 400명을 받은 것이다.
이 경우 최소 2000만원 이상의 손해가 생긴다. 하지만 하콘 대표인 피아니스트 박창수씨는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가 가깝다는 장점을 공연장에서도 그대로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연주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소리가 멀어지는 구역은 과감하게 포기했다”고 말했다. 다들 한 석이라도 더 채우기 위해 고심하는 마당에 거꾸로 비우려고 애쓰는 역발상이야말로 1000회를 버틴 원동력일 것이다.
이날 1000회 축하 파티에 초대받은 ‘음악 손님’은 최연소 첼리스트 김정아(11)양부터 아레테 4중주단과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 블랭크’까지 모두 53명에 이르렀다. 이들도 평소 바라보던 객석에서 등을 돌린 채 대부분 뒤돌아 앉거나 서서 연주했다. 이날 무대에 선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는 “평소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이 거꾸로 연주자 뒤에 있으니까 서로 입장이 뒤바뀐 듯해서 연주할 때도 묘한 긴장과 설렘이 있었다”고 했다. 연주자의 어깨 너머로 슬쩍슬쩍 악보가 보일 만큼 지근거리에 관객들이 있으니 흡사 소리 안으로 들어온 듯한 생동감과 입체감이 있었다.
김선욱·조성진·임윤찬(피아노), 한재민(첼로)까지 하콘은 영재 발굴의 산실로도 유명하다. 김정아양도 폭넓게 사용하는 활과 자연스러운 해석, 현대곡에서는 연주하면서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타고난 끼까지 모두 예사롭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문 연주자처럼 객석을 바라보는 눈빛에 경탄이 일었다.
이날 하콘의 프로그램과 편성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우선 모차르트 교향곡 1번부터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까지 ‘1번’이 전반에 집중 편성됐다. 1000회를 맞아서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더불어 색소폰(브랜든 최), 생황(김효영), 현대음악(앙상블 블랭크)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악기와 장르들도 전면 배치했다. 1부 마지막에는 롯데콘서트홀의 대형 파이프 오르간으로 오르가니스트 박준호씨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들려줬다. 연주회가 끝날 무렵 음악회 해설 책자의 말미에 적힌 글귀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소박한 듯 노블하게, 조용한 듯 열정적으로.’ 하콘의 20여 년 저력을 집약한 문구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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