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예방엔 ‘이상지질혈증’ 관리가 필수
사망원인 2위 심장질환의 주 요인…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2명꼴 발병
콜레스테롤 종류별로 위험성 달라… LDL 높고 HDL 낮은 경우에 진단
체질적 요인 커 음식 관리론 한계… 약 부작용보다 치료 효과가 월등
심장질환은 지난해 한국인의 사망 원인 2위다. 단일 장기별로 보면 1위다. 대표적인 심장질환은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부정맥 등이다. 일단 이 질환들이 생기면 사망 위험도 크고 응급상황을 넘기더라도 심장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런데 심장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상지질혈증’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40%로,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5명 중 2명이 앓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심장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져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환자가 급증한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삼성서울병원장·대한심장학회 이사장)를 만나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방아쇠’ 이상지질혈증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아니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중 총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반대로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도 해당한다. 즉,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중 콜레스테롤이 정상보다 높거나 낮은 상태를 모두 포괄한다. 고지혈증은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것은 진단하지 못하므로 이상지질혈증이 상위 개념이다.
박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진단 시 콜레스테롤 종류 3가지를 모두 고려한다. 하지만 HDL 콜레스테롤은 수치가 낮으면 위험하지만 높으면 동맥경화증 예방 효과가 있다. HDL 콜레스테롤 때문에 총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LDL 콜레스테롤이 이상지질혈증 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L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높을수록 심혈관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 2년마다 이상지질혈증 검사 추진
이렇게 심장질환 위험을 키우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는 259만7552명으로, 2017년의 188만2522명 대비 약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가 각각 24%, 1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 증가 폭은 상당히 크다.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정부도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제2차 심뇌혈관질환 종합계획에는 고혈압, 당뇨병 등 주요 선행 질환과 함께 이상지질혈증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특히 이번 종합계획에는 학계 전문가들이 강조해 온 국가건강검진상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를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피검사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교수는 “현재 이상지질혈증은 검진 주기가 길어 검진율이 떨어지고, 질병을 발견할 기회가 더 적어진 상황”이라며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검진 주기를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상지질혈증 약 복용에 부담 느끼지 말아야
이상지질혈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당장 큰 불편함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진단을 받은 후에도 먹는 것만 조절하면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은 식품 섭취가 아닌 체내 합성으로 얻어지는 양이 더 많다. 그러므로 생활 습관의 영향보다 체질적, 유전적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지질혈증 약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접하고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이상지질혈증의 대표적인 약인 스타틴을 예로 들면 약 복용 시 콜레스테롤은 조절되지만 혈당은 오히려 높아지거나 근육통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박 교수는 “약 복용을 통해 얻는 우리 몸의 이득이 혈당이 올라가서 생길 수 있는 문제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약 처방을 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마치 먼 길을 가는데 교통사고 무서워서 자동차 안 타고 며칠에 걸쳐 걸어가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근육통의 경우에도 발생률이 100만분의 몇 명 정도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라면서 “이러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 다른 약을 쓰거나 주사제의 형태로 바꾸는 등의 변화를 주는 차선책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식습관 개선과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연은 필수다.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하면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대한심장학회는 지난달 29일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걷기 대회를 열고,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일상 속 걷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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