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없는 선택과목 ‘온라인학교’에선 배울 수 있어요”
신산업 분야-제2외국어 등 개별 학교서 개설 어려운 과목
다양한 학교 대상 실시간 강의… 내년 대전-경기-강원 등 도입
“고교학점제 교육 격차 해소”
지난달 26일 대구 서구의 ‘대구온라인학교’. 김기화 교사가 이 학교에서 5km 정도 떨어진 신명고 2학년 학생 16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달 24일 개교식을 하는 대구온라인학교는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제공한다.
김 교사 앞에는 학생들이 없고 스크린만 있었다. 8월 수업 시작 이후 모니터를 통해서만 학생을 만났지만, 김 교사는 학생 얼굴과 이름을 정확히 기억했다. 이날 수업은 신명고 학생 대상으로만 진행됐으나 대구온라인학교에서는 대구 내 다양한 학교 학생들이 동시에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은 각자의 학교 컴퓨터실, 혹은 자기 자리에서 노트북을 연결해 대구온라인학교 교사의 수업을 듣는다.
온라인학교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뒤 개별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올해는 대구 외에 인천 광주 경남 지역에서 온라인학교가 운영 중이다. 내년에 8개 지역이 추가되며 2025년 전국에 도입된다.
● 학생은 없고 교사만 있는 학교
신명고 학생들은 만약 대구온라인학교가 없었다면 이 수업을 신청해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신명고에는 정보교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온라인학교는 각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지원한다. 김용말 대구온라인학교 교감은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건데 여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농어촌이나 소규모 학교를 지원하고, 신산업·신기술 분야 등 개별 학교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과목을 운영하기 위해 온라인학교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교학점제 이후 학교 간 격차 해결
현재 대구온라인학교에서는 46개 강좌가 운영 중이다. 대구 내 일반계고 학생 543명이 수강하고 있다. ‘인공지능 수학’, ‘인체 구조와 기능’, ‘미디어 스토리텔링’ 등 과목도 다양하다. 채정희 교사(교육협력부장)는 “지역 내 학생들의 희망 과목 수요조사를 거쳐 과목을 개설한다”며 “같은 과목을 원하는 여러 학교 학생들을 묶어 같은 시간대에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학생들의 수요가 있는데 대구온라인학교에서도 정규교사가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이라면 강사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월요일 2교시(오전 9시 반부터 10시 20분)에는 3개 학교 학생들이 대구온라인학교의 스페인어Ⅰ 수업을 듣는다. 이 학교들은 월요일 2교시에 제2외국어의 여러 선택과목을 운영하는데, 스페인어Ⅰ은 개설하지 못했다. 이에 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은 컴퓨터로 대구온라인학교 수업을 듣는다.
대구온라인학교에 개설된 과목 시험이나 수행평가도 대구온라인학교에서 한다. 대구온라인학교 교사가 해당 학생을 평가한 뒤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를 통해 학생의 소속 학교로 전송한다.
내년에는 온라인학교가 대전, 경기, 강원, 충북, 전북, 전남, 경북, 제주에도 신설된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에는 17개 시도 전체에서 온라인학교가 운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교에 따라 선택과목 개설 수가 달라 교육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온라인학교가 학생들에게 선택과목 제공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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