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와 사기꾼 사이…망가져도 멋진 40대 아재 강동원
- 웹툰 ‘빙의’ 원작 오컬트 액션물
- 귀신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 역
- “실제 굿판 유튜브 찾아보며 공부
- 혀에 칼 갖다 댈 땐 ‘현타’ 왔죠”
- 데뷔 20주년 “연기 갈수록 재밌어
- 영화 제작 준비… 내년쯤 나올 듯”
‘전우치’에서 요괴,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 ‘반도’에서 좀비와 싸웠던 강동원이 악귀를 잡는 퇴마사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개봉해 180만 관객을 모으고 있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서 강력한 악귀에 맞서 고군분투한다.
인기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원은 의뢰인의 마음을 간파한 뒤 가짜 의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 역을 맡아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영화사 외유내강의 대표인) 류승완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내와서 읽었다. 소재나 스토리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고, 요즘 시대에 맞는 호러를 가장한 액션 영화 같아 재미있었다”고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던 느낌을 전했다. 그리고 ‘천박사 퇴마 연구소’의 연출을 맡은 김성식 감독을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천박사 캐릭터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천박사는 현대판 ‘전우치’ 같은 느낌도 있었고, 사기치고 다닐 때는 ‘검사외전’ 느낌도 있었다”며 “그 둘의 중간지점으로 캐릭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다만 최대한 두 영화 캐릭터와 비슷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천박사는 퇴마 의뢰가 들어오면 사기로 굿판을 벌이는데,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참고했다. 그는 “시나리오에는 굿을 한다, 굿을 할 때 칼을 던지거나 내리친다 정도만 쓰여있었다. 그래서 무속인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 천박사가 굿을 하다가 의뢰인에게 화를 내는데, 이런 것도 다 영상에서 본 것이다. “또 신내림 받았을 때 혀에 칼을 대기도 하던데, 그것을 따라 연기하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웃음).”
굿판을 벌일 때 의뢰인을 속이기 위해 천둥이나 불꽃이 튀는 속임수를 구사하는 퇴마 기술 파트 담당의 인배 역의 이동휘는 강동원과 함께 티키타카를 보여주며 웃음을 준다.
강동원은 “이동휘는 촬영장을 정말 재미있게 만들어줬다. 이동휘는 같은 장면이라도 여러 버전 연기를 준비해 오곤 했는데, 전하고 싶은 거 다하라고 했다. 정말 애드리브가 많아서 실제 대사와 애드리브가 잘 분간되지 않은 것도 있다”며 이동휘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앞서 강동원이 ‘천박사 퇴마 연구소’가 ‘호러를 가장한 액션영화’라고 했는데, 중반 이후 인간의 몸을 옮겨 다니며 영력을 사냥하는 악귀 범천이 등장하고, 한 마을 사람들이 빙의되면서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된다. 강동원은 “문경의 어느 마을에서 촬영했는데, 그때가 12월이어서 너무 추웠다. 당시 4일 밤을 뛰어다녔는데, 밤부터 새벽까지 촬영이 이어져 너무 추웠다. 구두를 신고 달리기를 해서 발이 아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후반부에 토굴에서 범천 역의 허준호와 대결하는 장면은 하이라이트다. 강동원은 귀신을 관통하는 무기 칠성검을 들고 검술 액션을 소화했다.
그는 “천박사가 액션을 엄청 잘하는 캐릭터는 아니고, 대신 칠성검의 힘이 있을 때만 액션을 잘하는 인물이었다”며 “제가 많이 맞으면 맞을수록 관객분들이 좋아하겠구나 하고 생각해서 액션 장면은 거의 모두 제가 직접 연기했다. 심지어 날아가서 지붕에 부딪히고 떨어지는 것도 제가 했다”며 자신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관객이 많이 즐거워해 줬으면 했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액션을 도와준 이는 바로 범천 역의 허준호였다. 강동원은 “허준호 선배님과 동굴 안에서 액션 합을 맞추면서 즐거웠다. 선배님이 육체적으로 너무 튼튼해서 제가 오히려 버겁기도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에는 박정민, 블랙핑크 지수 등이 특별출연해 웃음을 준다. 특히 첫 퇴마 의뢰 부부로 이정은과 박명훈이 등장하는데, ‘기생충’의 지하실 부부였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부자로 등장해 큰 웃음을 준다. 김 감독이 ‘기생충’의 조감독을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캐스팅이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강동원은 어느덧 40대가 됐다. 그는 “40대에는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데뷔 초에는 너무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 재미있어진다. 제 직업 자체가 너무 좋아 (연기와 일에 대한 열정이) 안 꺾일 것 같다”며 40대에는 더욱 다양한 영화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또 그는 지난해 크레디트에 오르진 않았지만 송강호 이지은과 함께 출연한 ‘브로커’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시놉시스를 쓰기도 하고, 지금도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년이나 내후년쯤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고 말해 ‘제작자 강동원’의 모습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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