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초전’ 강서구청장 보선, 민주당 진교훈 승리
김태우에 예상보다 큰 차이로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 책임론 커질듯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예상보다 큰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선거 기간 총력전을 펼쳤던 여야 지도부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메시지를 내고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강서구민과 국민들께서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격랑에 빠져들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서울 지역 마지막 선거에서 참패로 위기를 맞은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면서 김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에서 정권심판론을 확인한 민주당은 내년 총선까지 친명(친이재명) 지도부가 ‘이재명 체제 강화’의 고삐를 죄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비명(비이재명)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치러진 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48.7% 였다.
與 “수도권 위기론 현실화”
국민의힘 김태우 ‘지역개발 이슈’ 안먹혀
당내 “여당 향한 민심 심판 확인된 격차”
김기현 지도부 책임론… 최대위기 직면
대통령실 “민심수용… 중간평가 해석 동의못해”
수도권의 한 여당 의원은 예상보다 큰 격차로 참패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이 나서 강서구에서 총력 유세를 펼쳤음에도 실제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면서 김기현 대표 지도부에 대한 문책론이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현 체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도 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에 당혹해하는 기류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 한다는 원칙을 깬 것이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끼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정권 심판론이 먹힌 것이 참패 원인으로 꼽힌다.
● 與 내부 “경기도는 더 많이 질 것”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핫라인이 개통돼 있는 힘 있는 여당 후보”라며 강서구 지역 개발 이슈를 해결하겠다고 김태우 후보를 띄웠지만 통하지 않았다.
패배 분위기는 이날 오후 개표 시작 전부터 서울 강서구 마곡동 김 후보자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감지됐다. 김기현 대표나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았던 권영세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위로하러 왔다”고 말한 뒤 캠프를 떠났다. 여당 관계자는 “정부 여당을 향한 민심의 심판이 확인된 격차”라며 말을 아꼈다. 지도부는 12일 오전 비공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당초 당 지도부는 민주당 텃밭인 강서구에 후보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김 후보가 광복절 대통령 사면 복권 대상에 오르자 뒤늦게 공천을 결정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출마하게 한 지도부 결정이 민심의 외면을 받은 것. 여기에 김 후보의 보궐선거 비용 40억 원에 대해 “애교 있게 봐 달라”는 발언이 중도층 민심에 직격타가 됐다는 평가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유권자들에겐 꿈의 숫자인 40억을 농담하듯 말한 것이 악재가 됐다”고 했다.
이번 참패로 당장 지도부의 운명이 흔들리게 됐다. 지도부 관계자는 “강서구는 민주당 의원이 3명이나 포진한 험지 중 험지”라며 후폭풍 최소화를 시도했지만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할 전망이다. 보궐선거 무공천 기류를 뒤집고 공천론을 주장한 인사를 향한 문책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당장 당내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서울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서 “경기도는 더 많이 진다 이런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수도권 비전과 승리 전략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게 수도권에서 처한 당의 현실이다. 당이 완전히 바뀌어야 살아남는다”고 지적했다.
● 지도부 책임론 분출 가능성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하면서 김 대표 체제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요구 목소리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로 연결될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예상보다 더 큰 참패에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당내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이 코앞인데 자중지란, 분열로 빠지는 것은 필패의 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심을 받아들이지만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해석은 맞지 않다”라고 했다.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는 보궐선거에서 확인한 결과를 토대로 총선기획단 발족과 당무감사, 인재 영입 등 3가지 축으로 조기 총선 모드로 전환해 보궐선거 책임론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이르면 이달 말 총선기획단 발족으로 공천 밑그림을 그려 나갈 방침이다. 총선기획단이 발족하면 당이 본격적으로 총선 행보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다만 당내에선 “문책론을 거치지 않고는 지도부의 구상이 그대로 흘러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野 “총선때까지 정권심판론”
민주당 진교훈 인지도 열세 딛고 당선
지도부 “정부 여당에 반감 심하다는 반증”
이재명 체제 공고화 작업 속도 낼듯
비명계 “현체제 안주하면 총선에 되레 악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11일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예상보다 크게 이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혀 온 이날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까지 ‘정권심판론’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확실히 부각한 뒤 11월 중순부터 본격적 총선 모드에 돌입하겠다는 것.
이와 동시에 이재명 체제를 공고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공석 상태인 지명직 최고위원을 새로 임명하는 등 지도부 내 친명(친이재명) 색채를 더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 대표 간판으로는 중도층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비명(비이재명)계 반발도 여전해 총선 준비 과정에서 내홍이 장기화될 것이란 내부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누적된 정권 심판론이 승리 요인”
이날 저녁 진교훈 캠프 사무소에 모인 민주당 지도부는 개표 초반부터 진 당선인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여유 있게 앞서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강서구가 서울 내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집권여당의 견제를 뚫고 당 내에서 예상해 왔던 15%포인트보다 크게 격차를 벌린 가장 큰 배경엔 결국 정권심판론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윤 대통령과 직통 핫라인이 뚫린 후보’라는 여당의 선거 슬로건에도 구민들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민주당 진교훈 후보를 뽑은 것은 그만큼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15%포인트 차 이상으로 압승하면 정권 심판론 바람에 힘이 실리면서 이재명 지도부 체제로 내년 총선까지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보궐선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사실상 ‘올스톱’ 상태인 당 상황부터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 ‘李 체제’ 공고화 속도 낼 듯
당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송갑석 전 최고위원 후임 인선과 조정식 사무총장 이하 정무직 당직자들의 사표 수리 여부 등이 ‘당 재정비’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사무총장 등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대로 총선기획단 등 총선조직 구성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사무총장이 총선기획단장을 맡기 때문에 총선기획단을 꾸리려면 조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 거취 문제부터 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야당 무대인 국정감사 기간에 굳이 서둘러 총선기획단이나 인재영입단을 발족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여당의 선거 패배 이후 내홍 수습 속도를 봐가며 계획을 조절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비명계 지도부 의원들이 추가로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명 관계자는 “연말 출범 예정인 공천심사위원회 당연직 자리에 비명계를 앉힐 수는없다는 것이 친명계 내부 기류”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송 전 최고위원 후임으로는 상대적으로 계파 색채가 옅은 호남이나 충청 출신의 여성, 원외 인사를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비명계는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원욱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보궐선거 결과가) 당장 지도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당이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 돼 오히려 당이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현재의 체제에 안주하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총선에 악재”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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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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