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여행의 매너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2023. 10. 1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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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가을이다. 우리나라에서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왔다. 바깥바람이 시원하고 하늘도 높고 청명한 계절이며 가는 곳마다 형형색색의 단풍을 볼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10월 초 강원도 설악산을 시작으로 단풍은 점점 남으로 내려간다. 즉 10월 초 강원도 설악산의 단풍이 시작되면서 10월 말에서 11월 초·중순엔 지리산까지 절정을 이룰 것이다.

누구나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왔으니 여행업계는 단연 비상일 것이다. 전세버스를 구하랴, 숙박지를 구하랴, 좋은 단풍여행지를 엮은 상품을 출시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단풍철은 눈살을 찌푸리는 일을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단풍철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보면 휴게소 주변에 직접 챙겨온 테이블과 의자, 심지어 가스통에 불을 연결해 국을 끓이면서 밥을 먹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먹고 남은 음식은 휴게소 쓰레기통에 버리는 건 기본이고 집에서 가지고 온 쓰레기들을 휴게소에 버리는 여행객도 많다.

국도변에 있는 휴게소는 외부 쓰레기를 못 버리게 하느라 방문객과 늘 목소리를 높여 싸움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가을 단풍철이라고 한다. 설악산으로 가는 길의 어느 한 휴게소 대표에게 "휴게소에 와서 쓰레기만 버리고 화장실만 이용하고 간다"며 "그래도 예전에는 음료수라도 샀는데 지금은 거의 안 산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도 있다.

이제 단풍여행지를 가보자. 여행지를 가면 죄다 직접 챙겨온 음식들을 먹기 위해 등산로, 여행통로 주변에 털썩 주저앉아 밥을 먹는다. 주변 여행객들은 신경 쓰지 않고 술까지 한 잔 하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챙겨온 음식 중 먹고 남은 것은 당연한 듯 현지에 버리고 온다.

그렇다고 모두 여행객만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왜 여행객이 현지에서 음식을 사서 먹지 않고 고생스럽게 집에서 준비해올까'를 고민해보면 여행지에서도 가을 단풍철 대목이라고 하며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 초 축제장의 바가지요금이 크게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단풍철에 여행 가면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고 양도 적어'란 생각을 하는 것이 팽배할 것이다. 결국 한 쪽의 문제는 아니란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여행업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겠다. 버스 전세료나 숙박요금 등이 말도 안 되게 오른다. 서울에서 설악산 당일 왕복시 버스 전세료가 100만원 넘은 지는 오래고 숙박요금도 기존 금액보다 2배 정도 오른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공급이 부족해 요금이 오르는 것은 이해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오르는 것은 순전히 여행객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인 셈이다. 심지어 대형버스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을 운전시키는 몰지각한 여행업체를 매년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시즌도 가을이다.

앞으로 몇 달은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 이후 최대로 들어오는 시기이기도 하며 내국인 역시 국내여행을 가장 많이 할 시기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제부터라도 서로 여행에 대한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여행객들은 나와 일행 외에도 다른 여행객을 생각하며 여행지에서 서로 예의를 지키며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지 식당은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음식값을 터무니없이 올린다거나 대충 만들어주지 말아야 하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버스나 숙박업도 상도덕과 최상의 서비스를 지켜야 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 국내여행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언제까지 메뚜기도 한철이란 오래된 생각으로 여행객을 맞이하려 하는가. 성수기에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과 더 좋은 서비스로 승부한다면 아마 1년 내내 모든 곳의 운영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매너는 지키는 이번 가을여행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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