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확인된 총선 전초전···與 수도권 위기론, 野 민심역풍 경계
개표 초반부터 '더블 스코어' 격차
냉랭한 민심에 與 "현 체제론 어렵다"
특단대책 필요 당내 목소리 커질듯
텃밭 탈환 野, 총선전 재정비 필요
李 "단합해서 갈등 넘자" 통합 의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나타나자 정치권의 시선은 벌써부터 내년 총선으로 향하고 있다. 구청장 한 명을 뽑는 선거였지만 수도권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성격을 띠었던 만큼 이번 결과가 내년 4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지도부가 의원 총동원령을 내렸음에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국민의힘은 강한 인적 쇄신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첫 선거를 승리하는 전과를 얻었지만 자만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벌써부터 표정을 관리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최종 개표 결과 진교훈 민주당 후보(득표율 56.52%)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39.37%)를 약 17%포인트 앞선 득표율로 당선이 확정되자 여당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인 데다 이번 선거가 김 후보의 귀책으로 열린 만큼 애초 승산을 높게 보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냉랭한 민심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먼저 개표된 사전투표에서부터 득표율이 ‘더블스코어’ 가까이 차이 나자 일찌감치 고개를 숙이는 이들도 보였다.
당장 지도부의 전략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국민의힘은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지역 개발론으로 중도층을 포섭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눈에 무리수로 비친 ‘김태우 재공천’으로 정책 선거의 진정성을 잃었다는 평가다. 나경원·안철수 등 당 간판 정치인을 총동원한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섰지만 야성이 강한 강서구에서 되레 한계만 확인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통상 여당에 불리한 보궐선거에 지도부 전체가 투입돼 판을 키우면서 부담을 자초했다”며 “결과적으로 구청장 선거를 ‘이재명 대 윤석열’ 심판 구도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한 야권 결집도 여당에 악재가 됐다.
이번 선거 결과로 수도권 예비 출마자를 중심으로 ‘현 체제로는 총선이 어렵다’는 불만이 속출할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후보를 무리하게 특별사면하면서 재공천한 만큼 당과 대통령실 간의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그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패배 시에도 비상대책위원회 등의 지도 체제 전환까지로는 사태가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예상보다 큰 격차의 패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위기론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참패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고조된 위기의식을 당 쇄신과 국정 성과 창출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패배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입장문을 내고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오직 민생만 바라보며 민생경제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 승리를 곧 ‘이재명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 중에 진 후보를 전략공천한 데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첫 메시지도 강서구청장 선거 투표 독려였던 만큼 사실상 이 대표가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 처음으로 찾은 곳도 진 후보의 유세 현장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텃밭 탈환에 성공한 민주당은 곧장 당내 전열 재정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체제 이후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친·비명 간 내홍을 최대한 빠르게 수습해야 수월한 지지층 결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약속한 ‘통합적 당 운영 기구’ 구성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통합 기구에 비명계 몫이 얼마나 배분되는지에 따라 이 대표의 통합 의지는 물론 총선을 앞두고 구성될 공천관리위원회의 운영 기조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승리가 오히려 분열의 신호탄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선거 승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도 통합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친명계의 한 초선 의원 역시 “총선은 중도층 경쟁인 만큼 승리 분위기일수록 더욱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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