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진교훈 압승… 정권 심판론 통했다

김도형 2023. 10. 1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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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훈, 17.15%p 차이로 김태우 눌러
진 "위대한 승리" 김 "겸허하게 수용"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오후 강서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유력하자 부인 박은지씨, 정청래 최고위원과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통했다.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포인트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 차이로 눌렀다. 진 후보는 개표 내내 두 자릿수 격차를 유지했다. 김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며 진 후보의 당선을 축하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는 김 후보가 2.6%포인트 차이로 구청장에 당선됐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위한 기선을 잡은 반면,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을 떨쳐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유죄 판결로 구청장직을 잃은 김 후보가 불과 3개월 만에 사면·복권돼 재출마한 만큼, 윤 대통령도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처지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최종 득표율 56.52%(13만7,065표)로 39.37%(9만5,492표)에 그친 김 후보를 17.15%포인트(4만1,573표) 앞섰다. 투표율은 48.7%로 집계됐다. 평일에 치러진 보궐선거이지만, 여야 모두 사활을 걸며 총력전을 편 탓에 유권자의 관심이 쏠려 투표율이 올랐다. 앞서 사전투표율은 역대 지방선거·보궐선거 통틀어 역대 최고치(22.64%)를 기록했다.

진 후보는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새로운 강서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저 진교훈을 선택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진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된 오후 11시 30분쯤 캠프에 들어서자 당 관계자들은 박수를 치며 "진교훈"을 연호했다.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강조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질책"이라며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이며, 민생파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추락하는 민생과 경제에도 조금의 반성도 없이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신 국민께 거듭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지난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지속된 패배의 고리를 비로소 끊었다.

진 후보 캠프엔 강서구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홍익표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인사 10여 명이 찾았다. 홍 원내대표는 캠프에 들어서며 "선거 열기가 아주 후끈하다"며 웃었다. 캠프엔 개표 시작 전 "새로운 강서로 보답드리겠습니다"란 플래카드가 붙었다. 선거 승리를 일찌감치 예상한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 분위기는 침통했다. 김 후보는 패배가 확실시되자 입장문을 내고 "저를 지지해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강서구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더욱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강서구민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더 고개를 숙이고,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께 먼저 다가가는 국민의힘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서구민과 국민들께서 국민의힘에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혁 과제를 신속히 이행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캠프 관계자들은 개표 진행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고,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선거상황실에 아예 들르지도 않았다.

이번 선거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불과 한 곳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정치적 상징성이 커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마지막 선거인 데다, 정부에 비판적인 수도권 민심이 일부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선거판을 키운 지도부에 대한 문제제기와 수도권 위기론이 분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교두보를 확보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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