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험지 출마론

박창억 2023. 10. 1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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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 출마는 기존 연고지를 떠나 당의 지지세가 약한 지역 또는 완전히 새로운 지역에 출마하는 선택을 일컫는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도 험지 출마론이 터져나왔다.

하 의원이 물꼬를 트자 여권 내에서 험지 출마론이 분출하고 있다.

스스로 나서는 게 아니라 떠밀기식 험지 출마론이라면 당의 분란만 부채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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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 출마는 기존 연고지를 떠나 당의 지지세가 약한 지역 또는 완전히 새로운 지역에 출마하는 선택을 일컫는다. 지역주의 구도가 굳어진 후에는 총선 때마다 언급된다. 영·호남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에도 험지와 텃밭이 있다. 험지 출마는 위험한 도전이지만, 성공할 경우 정치적 위상을 일거에 높일 수 있다. 김부겸 전 총리,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그랬다. ‘바보 노무현’처럼 실패해서 오히려 정치적 힘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국민이 공감할 명분을 내세우고 스스로 결단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도 험지 출마론이 터져나왔다. 당시 새누리당의 험지 출마 전략은 실패의 교과서로 불릴 만하다. 자발성에 기반을 두기보다 선거 전략과 계파 견제 차원에서 꺼내졌기 때문이다. 당대표·부총리를 역임한 5선 출신의 황우여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갑 대신 야당 세가 강한 인천 서구을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안대희 전 대법관도 부산 대신 서울 마포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영화 ‘친구’의 “니가 가라, 하와이”식의 험지 출마론은 십중팔구 국민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부산에서 내리 세 차례 당선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내년 총선 때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는 결단이라는 평가와 “선당후사라기보다는 제 살길 찾는 것”(홍준표 대구시장)이라는 시각이 엇갈리지만, 첫 험지 출마 선언이어서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다. 하 의원이 물꼬를 트자 여권 내에서 험지 출마론이 분출하고 있다. 험지 출마 요구는 기존 지역구를 포기하고 한 석이라도 더 건져 오라는 뜻이지만, 최근 여권 내 험지 출마 요구는 대체로 파워 게임 성격으로 읽힌다.

민주당 내에서도 험지 출마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과의 쇄신 경쟁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명분을 강조한다. 그러나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험지 출마론이 자칫 비명계에 대한 정리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혁신 경쟁과 공천 암투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게 험지 출마론이다. 스스로 나서는 게 아니라 떠밀기식 험지 출마론이라면 당의 분란만 부채질할 것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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