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상저하고’라는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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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상저하고'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상반기에는 어렵겠지만 참고 버티다 보면 하반기에는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었다.
정부 전망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4분기에 들어선 지금까지 '상저하고'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옹색하다.
정부 전망대로라도 '상저하고'가 아닌 '삼저일고'(3분기 부진, 1분기 반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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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상저하고’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상반기에는 어렵겠지만 참고 버티다 보면 하반기에는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었다. 이후 상저하고는 우리 경제를 설명하는 대표적 수식어가 됐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희망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는 여전히 ‘상저하고’를 말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상저하고’를 확신했다. 추 부총리는 “전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 흐름이 좋아지는 추세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생산, 수출, 소비 등 종합적인 성장의 정도가 훨씬 더 뚜렷해질 것이고 이런 기조(상저하고)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전망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4분기에 들어선 지금까지 ‘상저하고’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옹색하다. 적어도 4분기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 주체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정부 전망대로라도 ‘상저하고’가 아닌 ‘삼저일고’(3분기 부진, 1분기 반등)다.
하지만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국발 고금리 충격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게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은 당초 시장 예상보다 길게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발 고금리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국내 시장 금리가 따라 오르면 이자 부담에 소비 여력이 줄어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기업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는 우리 경제 전반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도 심각하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은 치솟는 유가 불길에 기름을 붓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하마스 충돌이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겨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을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름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수출이 회복될 것이고, 이로 인한 경기 반등을 자신하고 있다. 이쯤 되면 ‘상저하고’는 희망이 아니라 희망고문이다. 대외 환경이 좋아져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는 꼴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반등을 위한 정부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재정 만능주의에 빠지는 것은 문제지만, 위기에 재정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 경제가 9월 위기설에 이어 10월 위기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필요할 때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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