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밥 두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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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배우 주윤발(68)은 2010년 사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당시 1400억원대 재산은 2018년 9600억원대로 늘었다.
주윤발이 던진 화두에 욘 포세의 근원적 질문이 가을 아침 우리를 상념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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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배우 주윤발(68)은 2010년 사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당시 1400억원대 재산은 2018년 9600억원대로 늘었다. 지금은 1조원대로 추산된다.
그가 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기부가 화제가 되자 이렇게 밝혔다.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갖고 왔다. 갈 때도 아무것도 안 갖고 가도 상관없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점심과 저녁에 먹을 쌀밥 두 그릇뿐이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가 선정됐다. 2000년 발표한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이 있다. 인간 존재의 반복되는 서사, 생의 시작과 끝을 독특한 문체에 압축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소설 가운데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곳에서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無)에서 무(無)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일본 선승화가 셋손 슈케이(雪村周繼·1504~1589년)가 그린 ‘원후착월도(猿猴捉月圖)’가 전해진다. 원숭이들이 바다에 비친 달을 잡으려는 그림이다. 달은 은하수 가운데 쟁반처럼 둥글다. 흰 얼굴로 빛을 내 온 세상을 밝게 한다. 오백 마리의 원숭이들이 손을 잡고 꼬리를 붙들어 바다에 빠진 달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외로운 둥근 달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법이거늘. 원숭이들이 용을 쓰다 결국 손을 놓치니 “풍덩!!”하고 바다에 빠져 죽는다.
바다에 비친 달은 허상이다. 보이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과 욕심은 헛되다. 배고프면 밥 먹고 추우면 옷 입고 졸리면 잘 뿐이다. 주윤발이 던진 화두에 욘 포세의 근원적 질문이 가을 아침 우리를 상념에 잠기게 한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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