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원샷’해도 되나요? 풍미 느낄수 있는 4가지 음용법 [김지호의 위스키디아]

김지호 기자 2023. 10.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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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주위에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입맛은 제각각이고 위스키 종류는 수천 가지. 본인의 취향만 알아도 선택지는 반으로 줄어듭니다. 주정뱅이들과 떠들었던 위스키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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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좋은 술 있으면 좀 꺼내 봐!”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들려오는 우레와 같은 목소리. 좋은 술은 좋은 사람들과 나눠 마셔야 의미가 있기에, ‘옷장’에서 고심 끝에 나름 귀한 위스키 한 병을 꺼내왔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터라 이때다 싶어 생색 좀 내고, 냅다 병목을 비틀었습니다. ‘둘둘둘’, 잔에 술을 따라 나눠 주는데, 옆에서 누가 턱을 천장으로 치켜들고 목을 뒤로 젖힙니다. ‘좋은 술’을 원하던 형님이 위스키를 원샷 한 것입니다. 순간 자리에 정적이 흘렀지만, 목 넘김이 좋다는 넉살에 금세 호응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이날 유난히 술잔 비워내는 속도가 빨랐던 그는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소파에 누웠습니다.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취향대로 맛있게 즐겼다면 그게 맞습니다. 하지만 위스키는 그 종류에 따라 향과 맛, 여운이 제각기 달라 복합적인 풍미를 느껴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원샷은 조금 아쉽습니다. 한 잔으로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까지 즐길 수 있는 게 위스키입니다. 시간에 따라 바뀌는 맛과 향을 느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위스키를 즐기는 대표적인 음용법 4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니트(Neat)

니트는 가장 권장되는 음용법으로 위스키의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김지호 기자

니트는 가장 권장되는 음용법으로 위스키의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먼저 노징 글라스를 준비하고, 위스키를 15~30mL 정도 따라줍니다. 노징 글라스란 튤립 형태의 잔으로 위스키의 향을 모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술을 따랐으면 눈으로 색을 확인하고 잔을 조심스럽게 돌려가며 알코올을 공기와 접촉시킵니다. 이 과정을 ‘스월링(Swirling)’이라고 부르는데 위스키의 향이 더 빠르게 피어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이때 위스키가 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레그(Leg)’또는 ‘눈물(Tears)’이라고 부릅니다. 레그의 흘러내리는 속도는 위스키가 가진 바디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바디감이 무거워 레그의 떨어지는 속도가 느리고, 반대로 빠르면 바디감이 가벼워 도수가 낮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마란고니 효과’라고도 부르는데 액체의 표면 장력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위스키가 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레그(Leg)’또는 ‘눈물(Tears)’이라고 부릅니다. 레그의 흘러내리는 속도는 위스키가 가진 바디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김지호 기자

다음은 조심스럽게 코를 잔에 박고 향을 맡습니다. 처음부터 코를 너무 깊게 박으면 강한 알코올 도수에 후각이 마비될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 조절이 필요합니다. 향을 맡을 때 양쪽 콧구멍을 전부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양쪽 귀도 성능이 다르듯 콧구멍도 향을 느끼는 게 조금씩 다릅니다.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코가 알코올 향을 걷어내고 위스키 속에 담긴 다양한 향을 맡을 수 있게 됩니다. 흔히 바닐라나, 꽃, 과일, 초콜릿 등의 노트들이 나타납니다.

이제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위스키를 살포시 입안으로 흘려보낼 차례입니다. 술을 가볍게 한 모금 물고 혀에 올려 골고루 입안에 펴 바릅니다. 바로 꿀꺽 삼키면 서운하니, 곡물 씹듯이 오물오물 씹어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때 들숨과 날숨 사이, 비강에서 느껴지는 잔향도 즐기면 재밌습니다. 여기서 시원하게 카우보이처럼 원샷 해버리면 터프해 보이긴 하겠지만, 지금까지 한 모든 행위가 무의미해집니다. 물론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최대한 위스키의 맛을 탐닉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어떤가요, 맛이 좀 느껴지나요?

◇온더락(On the rock)

온더락은 얼음이 자연스럽게 녹으면서 위스키와 희석돼, 높은 도수의 위스키가 부담스러운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icepro

온더락은 위스키를 얼음과 함께 즐기는 방법입니다. 온더락은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스코틀랜드인들이 계곡에 있는 돌을 잔에 넣어 위스키를 차갑게 즐기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가끔 언더락으로 헷갈리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말 그대로 ‘바위 위에’를 의미하는 ‘On the Rock’입니다. 이는 얼음이 자연스럽게 녹으면서 위스키와 희석돼, 높은 도수의 위스키가 부담스러운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얼음을 넣으면 위스키 온도가 내려가, 향을 즐기기 어려워져 개인적으로 권장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한편 블렌디드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안 좋은 향들을 억제할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위스키 앤 워터(Whisky and Water)

위스키 앤 워터는 위스키의 도수가 너무 높다고 판단될 때, 실온의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춰 마시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티스푼을 활용해 물을 2~3방울 정도 떨어트려 응축돼 있던 알코올을 풀어주는 방식입니다. 취향에 따라 물을 많이 넣어도 상관없지만, 향이 가장 잘 느껴지는 도수가 35도 안팎이기 때문에 1:1 이하의 비율을 추천합니다.

무조건 높은 도수의 원액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 ‘하남자’라고 놀릴 수도 있겠지만, 주눅들 필요 없습니다. 적당량의 물은 잠들어 있던 원액의 잠재력을 극대화 시켜주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위스키의 도수는 46~48도 사이. 적당한 알코올의 타격감과 볼륨감 그리고 맛을 느끼기 좋은 도수라고 생각합니다. 자칫 너무 밍밍해지면 위스키를 망칠 수 있으니, 적당히 간을 봐가면서 물을 섞는 것을 권장합니다.

◇스카치 앤 소다(Scotch and Soda)

하이볼은 통상적으로 위스키 1, 탄산수 4의 비율로 제조되지만, 개인적으로 1:1의 비율을 선호합니다. /김지호 기자

일명 하이볼로 불리는 스카치 앤 소다는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는 방법입니다. 최근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음용법으로,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위스키를 넣고 탄산수로 희석하는 형태입니다. 통상적으로 위스키 1, 탄산수 4의 비율로 제조되지만, 개인적으로 1:1의 비율을 선호합니다. 위스키가 두 배로 늘어나는 마법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위스키는 작은 변화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존재입니다. 위스키의 황금레시피는 각자의 손끝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니트와 하이볼을 가장 많이 즐깁니다. 여러분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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