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부터 월드컵까지…국악 현대화에 바친 김수철 45년史
"이런 공연 계속하고 싶어"…이적·성시경 등 후배와 호흡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강애란 기자 =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0년대 국민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 영화 '서편제',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가로지르고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신명 나는 음악 한마당이 국내 공연 문화의 '심장'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졌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공연 끝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 흥겹게 춤을 추고, 이날의 주인공도 신이 난 듯 노래를 이어갔다.
'작은 거인' 김수철이 11일 오후 3시와 7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 데뷔 45주년 기념 공연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에서다.
데뷔 이래 40년 넘게 국악에 천착한 김수철은 이날 대규모 동·서양 악기 협연 오케스트라에 맞춰 자신이 걸어온 음악 세계를 펼쳐 보였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전환점마다 음악으로 족적을 남겨온 그였기에 이번 공연은 마치 음악으로 집대성한 한국 현대사 같았다.
말끔한 검은색 연미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김수철은 직접 100인조 동서양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기타를 매고 연주하고, 마이크를 들고 구성지게 노래도 뽑아냈다. 국악이 이끄는 100인조 동서양 오케스트라가 꾸려진 것은 국내외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김수철은 이 공연을 15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철은 이날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공연을 계속하고 싶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세대와 역사를 아우르겠다는 '작은 거인'의 포부처럼 공연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곡들이 퍼레이드처럼 줄줄이 흘러나왔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국악 주제곡 '도약'을 비롯해 영화 '서편제' OST '소리길'과 '천년학', 불심(佛心)으로 국난 극복을 염원한 팔만대장경을 음악으로 표현한 '팔만대장경 1악장 서곡 : 다가오는 구름', 전국 어린이가 따라불러 교과서에 수록된 '날아라 슈퍼보드' 주제곡, 2002년 한일 월드컵 주제곡 '소통'을 선보였다.
국악의 현대화에 평생을 매진한 그답게 우리 가락을 서양 악기와 리듬에 접목한 연주곡 '야상' 등도 들려줬다.
이날 무대에는 양희은, 백지영, 성시경, 이적, 마마무 화사 등 선후배 가수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성시경은 1983년 발매된 김수철 1집 수록곡 '내일'을 감미롭게 불렀고, 화사는 독특한 음색으로 같은 앨범 수록곡 '정녕 그대를'을 불러 대선배 김수철에게 헌정했다. 이적은 영화 '고래사냥' 주제곡 '나도야 간다'로 흥을 돋웠다.
김덕수의 장구에 맞춰 김수철이 기타 연주로 호흡을 맞춘 '기타산조' 무대도 마련됐다.
이적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와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라며 감격스러워했고, 화사는 "김수철 선배가 공연하신다고 해서 맨발로 뛰어왔다"고 뿌듯해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곡인 히트곡 '젊은 그대'였다.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그가 전하는 에너지는 여전히 '젊은 그대' 다웠고, "빠르게 템포를 올립시다"라는 그의 말에 장내는 순식간에 응원 현장처럼 열기가 달아올랐다.
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들은 흥을 참지 못하고 일어나 어깨동무하며 '덩실덩실' 리듬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김수철은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했다"며 "저의 음악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을 관람하러 경기도 성남에서 온 직장인 강모(40) 씨는 "지휘자는 보통 딱딱하고 근엄한 느낌인데 김수철은 '이렇게 해보자'고 친숙하게 공연을 이끌어 '동네 형'에게 음악을 배우는 시간 같았다"며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함께 공연을 즐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수철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나 같은 놈도 하나 있어야지"라며 국악을 향한 자신의 고집스러운 신념을 밝혔다.
"돈 안 되는 국악을 왜 하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좋아서 하는 거고 자존심이에요. 그래서 가진 빌딩이나 재산은 없지만 제 손으로 세운 '음악 빌딩'은 정말 많습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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