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은택]교문을 더 열어야 학교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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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차들 틈새로 버스 옆면 광고 문구가 보였다.
'우리 아이를 위한 완벽한 식사.' 이유식 광고일까.
사설 교육, 보육 기관이 난립하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아이(강아지 말고 진짜 아이)를 가장 믿고 맡길 곳은 학교다.
더 다양한 연령의 더 많은 아이들이 더 오랜 시간 학교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고 머물러야 학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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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지금 20, 30대들은 어쩌면 ‘부모’라는 호칭이 붙는 마지막 세대일지 모른다. 한때 80만 명을 넘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은 올해 45만4588명이다. 출생아는 2016년 40만6000명에서 작년 24만9000명으로 줄었다. 취업은 바늘구멍이고 결혼은 맞벌이가 필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국가 중 29위인데 집값은 치솟고 있다. 자산가 집안이 아니라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결혼, 출산, 육아는 골고다 언덕길이다.
정치권은 출산율을 높이겠다면서 ‘아이를 낳으면 100만 원 준다’ 식의 정책을 남발하지만 이를 보고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블랙 코미디다. 정부는 그저 돈을 쓸 곳이 필요한 것뿐이다. 애를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돈, 시간, 아동학대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다. 한 달에 절반을 야근해야 할 때에도 말이다.
사설 교육, 보육 기관이 난립하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아이(강아지 말고 진짜 아이)를 가장 믿고 맡길 곳은 학교다. 거대하고 촘촘한 국가 행정 시스템, 국가고시를 통해 선발된 공무원들이 잘 돌봐주고 가르쳐줄 것이라는 신뢰가 남아있다. 이런 관점에서 초등돌봄교실을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늘봄학교 확대를 환영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업무가 늘어난다는 것이 골자다. 일리도 있는 것이, 요즘 학부모와 학생들은 무척 까다롭다. 요구도 많고 안전사고,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교사, 전문 인력, 예산을 늘리고 법규도 정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원 선발 축소는 교육부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 아이가 줄어도 일은 오히려 과거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교사들도 각성이 필요하다. 학생이 요즘처럼 가파르게 줄면 장기적으로 학교와 교사도 살아남을 수 없다. 서울조차 문 닫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더 다양한 연령의 더 많은 아이들이 더 오랜 시간 학교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고 머물러야 학교가 산다. 교육과 보육 사이 장벽을 없애야 한다. 배움이 필요한 성인, 노인들도 누구나 집 근처 학교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의 ‘지식 전수’ 역할 상당수는 이미 사교육, 온라인 강의, 검색 포털, 유튜브, 인공지능(AI)에 빼앗기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역할은 무엇일까. 업무가 많아진다고 늘봄학교 확대를 마치 교권 침해라도 되는 양 반대할 일은 아니다. 해야 할 일이지만 지원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도 학교도 산다.nabi@donga.com
이은택 정책사회부 차장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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