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훈, 당선 확정···정부·여당에 거센 후폭풍 불 듯
‘윤석열 정부 심판’ 수도권 여론 확인
‘김 후보 공천’ 지도부에 책임론일 듯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수도권의 여론이 확인됐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한 반면 전국 단위 선거 3연승을 달리던 국민의힘은 올해 두 차례 재·보궐선거에서 연달아 쓴맛을 보며 상승세가 꺾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2일 새벽 0시 25분 현재 개표 결과(개표율 88.8%) 투표자의 과반인 12만2984표(득표율 57.1%)를 얻어 승리를 확정했다. 경쟁자인 김 후보(38.9%)보다 18.2%포인트 앞섰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1.8%, 권혜인 진보당 후보는 1.4%,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는 0.6%, 김유리 녹색당 후보가 0.2%에 머물렀다.
진 후보는 전날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후보 캠프에서 “이번 선거가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후보는 입장을 내고 “저를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진 후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부디 강서구의 발전을 위해 민생을 잘 챙겨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김 후보가 지난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아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열렸다. 윤 대통령은 3개월 만에 광복절 특사로 김 후보를 사면하고 국민의힘은 김 후보를 공천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다시 출마한 유례없는 선거였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공천한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략공천한 후보의 대리전으로 판이 커지면서 양당이 총력전을 폈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과 거대 야당 심판론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김 후보 재출마에 대한 비판, 검찰이 이 대표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의 기각, 윤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 등이 정부 심판론을 키우고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수도권 민심의 가늠자였던 이번 선거에서 큰 차이로 이기면서 내년 총선의 승기를 잡았다. 지난달 체포동의안 가결로 흔들렸던 이 대표 체제는 이번 선거 대승으로 굳건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진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고 밝혔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4·7 재·보궐선거부터 지난해 대선, 지방선거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3번 연속 승리했던 국민의힘은 올해 4·5 재·보궐선거에서 울산교육감과 울산 남구 기초의원을 내준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패배했다.
김 후보 공천을 강행했던 당 지도부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내에선 당 지도부 개편과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정당 후보들은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이 큰 틈에서 도약을 노려봤지만 의미있는 득표를 올리지 못했다.
이번 보궐선거 최종투표율은 48.7%로 집계됐다. 강서구 유권자 50만603명 중 24만3658명이 참여했다. 지난 6·7일 진행된 사전투표 투표율은 역대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중 최고치인 22.4%를 기록했고, 본투표일 투표율은 26.3%였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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