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 변에 ‘하늘 나는 부산행 택시’… 2030엑스포 유치 막판 총력전[글로벌 현장을 가다]
이곳은 파리 시민이 직접 UAM에 탑승해 가상현실(VR) 기기로 부산을 살펴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시민 쿠아티 타노 씨는 “부산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구현돼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부산시와 SK텔레콤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석한 부산엑스포 홍보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도 UAM이 화제였다. 한 기자가 ‘UAM을 부산엑스포에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고 묻자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동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UAM이 아직 시장에 나오진 않았지만 엑스포를 통해 부산에서 시험해보려 한다. 이를 토대로 파리 등 세계 다른 도시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파리에서는 부산 홍보 체험행사, 외신기자 간담회 등은 물론이고 부산엑스포 유치의 필요성을 알리는 심포지엄과 만찬 등도 줄줄이 열렸다. 다음 달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의 2030년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민관이 함께 꾸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가 ‘막판 유치전(戰)’에 돌입한 것이다.
막판 유치전 치열
다음 달 28일 BIE 총회에서 181개 회원국은 비밀투표로 개최국을 결정한다. 3분의 2 이상을 얻는 도시가 개최지로 낙점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한 도시가 없으면 1차 투표에서 1, 2위를 한 도시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여기서 더 많은 표를 얻은 곳이 개최지로 선정된다.
엑스포 개최를 놓고 경쟁 중인 부산, 이탈리아 로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결정 한 달 반 정도를 앞두고 불꽃 튀는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BIE 회원국의 표심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 나라의 치열한 경쟁을 의식해서인지 BIE 관계자는 극도로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9일 파리 파비용 가브리엘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심포지엄에서 만난 BIE 회원국의 한 대표는 기자가 소감을 묻자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하기 곤란하다”며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대형 행사로 꼽힌다. 한국은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를 개최했다. 이 두 엑스포는 특정 주제가 있고 최대 3개월간 열리는 ‘인정 박람회’로 분류된다. 반면 BIE 엑스포는 주제가 자유롭고 최대 6개월간 열리는 ‘등록 박람회’다. 전시관 건립 비용을 개최국이 부담하는 인정 박람회와 달리 등록 박람회는 참가국들이 해당 비용을 부담한다.
외신에는 이미 경제 강국인 한국이 왜 엑스포를 열려고 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크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AP통신은 “BTS, 넷플릭스의 메가 히트작 ‘오징어게임’, 삼성 스마트폰, 현대차 등을 보유한 문화·경제 강국 한국이 (엑스포 같은) 국제 행사를 통해 세계의 인정을 받는 데도 관심이 있다”며 한국의 유치전에 주목했다.
이날 외신 간담회에서도 ‘엑스포를 개최하면 한국과 부산에 유리한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박 시장은 “부산의 물류, 금융, 문화 및 관광 산업을 키워 글로벌 허브 시티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아프리카 대사, 韓 관심에 눈물”
엑스포 개최지 선정은 비밀투표여서 특정 국가가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해도 막상 투표장에서 어디에 표를 던질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지지 약속을 한 국가들이 변심하지 않도록 ‘공개투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간 ‘오일 머니’로 무장한 사우디가 유치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진단이 많았지만 부산엑스포 유치위는 최근 부산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치위 관계자는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하는 국가가 나오지 않아 2차 투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최하위국의 표를 우리가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한국의 유치 전략은 6·25전쟁 이후 급성장한 비결을 엑스포를 통해 공유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 총리는 9일 간담회에서 “한국의 성공에 국제사회의 많은 지원과 도움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제 한국이 국제사회에 헌신할 차례이며 엑스포를 그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자국의 경제난 등에 관해 한국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에 진정성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8일 파리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아프리카의 한 국가 대사가 부산의 제안을 보고 ‘우리 같은 작은 나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준 나라가 없었다’며 (감동해) 울더라”라는 유치전 뒷얘기를 소개했다.
부산엑스포는 BIE 회원국이 직면한 문제를 풀 해법을 제시하는 ‘솔루션 엑스포’로 만들어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위는 이미 온라인 솔루션 플랫폼 ‘웨이브’에 각국별 당면 과제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재철 주프랑스 대사는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통해 아직 어느 곳에 투표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재계 총수도 유치전에 최선
재계 총수의 동참 열기도 뜨겁다.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은 9일 부산엑스포 만찬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6월 BIE 총회 기간 중 파리에서 부산 로고를 래핑한 전용 전기차 10대를 한국 대표단에 이동 차량으로 제공했다. 당시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라는 문구를 내건 이 전기차는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 파리 명소 주변에서 운행됐다.
기업들은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영업망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유치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시장의 개척 필요성 또한 느꼈다”고 했다. 박 회장 또한 “(유치를 위해) 상대해야 하는 나라는 전기가 모자라거나 도로 공사를 해야 하는 등 인프라가 필요한 곳이 많다”며 이런 나라 관계자와 접촉하는 것이 사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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