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확 올리더니 예금은 찔끔?”…고객님이라더니 봉이었네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10. 11. 23: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우리·하나 등 주담대 금리 올려
주담대 0.2%P, 전세대출 0.3%P까지 상승
신한·NH도 “금리 올리는 방향으로 검토”
그동안 억눌렸던 주택 관련 대출 금리
가계대출 폭증 분위기 속에서 빠른 상승전환
[사진 =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내비치자 시중은행들이 그간 꺼내들지 못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주담대는 가계대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대출 상품이다. 금융 소비자 관점에서는 “대출 금리 인상폭 만큼 예금 금리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일제히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이날 영업점 등에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와 신잔액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를 각각 0.1%포인트와 0.2%포인트 인상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전세대출 변동금리(6개월 신규)도 0.2%포인트 올라갔다. 적용 시점은 11일 취급분 부터다.

우리은행은 13일 취급분부터 주담대 5년 변동 상품에 대해 금리를 0.1%포인트 올리고, 그 외 상품은 0.2%포인트를 일괄 올리기로 했다. 전세대출의 경우 0.3%포인트까지 오른다. 우리은행 측은 “일종의 우대금리인 본부조정 금리를 축소 운영해 사실상 금리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10월 1일부터 하나원큐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아파트론’과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혼합금리)’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축소조정했다. 금리 에누리를 줄이면서 사실상 금리인상에 나선 것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현재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는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대한 금리인상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측은 “주담대 금리 인상을 검토중인 것은 맞다”고 전했고, NH농협은행 측은 “시장상황에 맞춰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대해 금리를 인상했거나, 인상을 준비하는 것은 가계대출 적정 포트폴리오 유지를 위해서라는 것이 시중은행들의 입장이다.

그동안 정부 당국이 서민 대출의 대표격인 주담대에 대해서는 이자부담 증가, 이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해 금리 인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시중 은행들은 작년부터 지속되어 온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 주담대 금리를 좀처럼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대출 과잉’ 우려가 제기됐고, 금융당국과 5대 은행과의 매주 금요일 ‘가계대출 동향 점검’ 정기 회의까지 열 정도로 심각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9월 말 기준 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현황을 집계한 결과 잔액은 550조8399억원으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주담대는 더 큰 폭으로 상승, 5월 414조원9996억원이던 잔액이 9월에는 5조원 이상 늘어난 420조6309억원을 기록했다. 전달인 8월과 비교해봐도 1달만에 주담대는 1조5143억원이나 증가했다.

결국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고금리에 대한 공포를 누르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대출이 계속 늘어나자 결국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잔액 관리’를 위해 금리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 인상 전 이미 가계대출 관련 시중은행의 ‘제동걸기’는 곳곳에서 감지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금융권에서 논란이 된 50년 만기 주담대를 만 34세 이하에만 내주는 쪽으로 규제를 걸었다. 미래 소득이 어느 정도 보장된 젊은 층에 한해 50년 초장기 만기 주담대를 내주겠다는 의미다.

신한은행도 이미 만기가 40년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만 34세 이하’ 연령제한을 두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지난 4일부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 대출상품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줄인 상태다.

다만 은행권이 이처럼 주담대 금리를 잇따라 올린다면, 예·적금 금리에 대해서도 고금리 기조에 맞춰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 중 하나가 은행의 예대금리차 고시였고,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사실상 독과점 성격이 있는 은행권에 대해 ‘지나친 이자 장사’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줄어들다가, 지난 8월 6개월만에 그 폭이 확대됐다. 8월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45%포인트로 전달(1.43%포인트)에 비해 커졌다.

일단 금융권은 연말 적금 만기가 몰릴 때 수신 유치 경쟁이 붙으면 수신 금리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속도를 예·적금 금리가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 예대금리차는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