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후보 찍었던 강서 민심, 1년 4개월 만에 ‘정권심판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유권자 표심이 정권심판론으로 기운 결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른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던 강서구 유권자들은 1년 4개월 만에 민주당 후보로 마음을 돌렸다.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김태우 전 구청장을 사면하고 재출마시킨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결정이 패배를 부추겼다.
진교훈 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는 이날 개표 결과 오후 11시20분 현재 60.4%를 얻어 압승이 예상된다. 같은 시간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35.7%를 받는 데 그쳤다.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24.7%포인트가 넘었다. 이번 선거 전체 투표율은 48.7%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개표 직전 당 지도부가 모인 단체대화방에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 민생파탄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5개월 만에 역전당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는 50.6%를 얻어 김승현 당시 민주당 후보(48.1%)를 2.5%포인트 누르고 승리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현 시장이 강서구에서 56.1%를 받아 송영길 민주당 후보(42.1%)를 14.0%포인트 차이로 여유 있게 이겼다. 다만 지난해 3·9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강서구에서 48.7%를 받아 윤석열 대통령의 같은 지역 득표율인 46.5%보다 2.2%포인트 앞선 바 있다.
48.7%를 기록한 이번 보궐선거의 높은 투표율이 정권심판론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양당이 화력을 퍼부었음에도 민주당이 이긴 것은 정권심판론이 통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통상 보궐선거 투표율은 본선거보다 낮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강서구 투표율은 51.7%였다. 보궐선거임에도 40%후반대의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중도층의 투표 참여가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전투표율도 22.6%로 역대 재·보궐선거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인 2021년 4·7 재보궐선거(20.54%), 지난해 6·1 지방선거(20.62%)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강서구민들께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는 데 마음을 모아주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 후보를 특별사면하고 국민의힘이 그를 재공천했다가 패배했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은 애교로 봐달라’로 말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막판에 “빌라를 아파트로 만들겠다”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라고 호소했지만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배 위원은 “국민의힘이 선거 초반엔 ‘이재명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불발되면서 ‘김태우 일꾼론’으로 기조를 급하게 수정하려다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선거의 핵심 승부처인 서울에서 압승하는 성과를 냈다. 이 대표는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정권심판론에 호소하면서 내년 총선을 이끌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큰 승리가 오히려 당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기는 당은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 돼 오히려 당의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명분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도부는 일단 패배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책임론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당내 수도권 의원들의 여론은 흔들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당 전체를 흔드는 요소가 될 만한 선거는 아니다”라면서 “(윤 대통령이 김 후보를) 특별사면했다고 공천을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김 후보를 공천한 김기현 대표에게 책임을 돌렸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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