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올인한 여야, 총선 이기려면 민생 복귀를 [사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야당 후보의 당선으로 11일 마무리됐다. 막판까지 선거운동에 전력투구한 여야 지도부는 선거 결과를 놓고 희비가 갈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과 대여 공세 입지가 강화된 반면, 국민의힘에선 선거 패배 책임론이 불거질 조짐이다. 보선 결과를 가볍게 봐서도 안 되고,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지만 여야 모두 민심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선거는 지나친 과열 속에 치러졌다. 기초단체장 한 명을 뽑는 선거에 여야는 총선이라도 되는 양 정치력을 소모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현장에 나가 지원 유세를 펼쳤고, 본투표에 앞서 6~7일 실시된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높은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과열 선거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고,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정쟁으로 헛도는 데도 선거 영향이 컸다. 이번 선거는 사실 국민의힘이 김태우 후보를 공천하는 순간부터 기울어진 양상이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보선 원인을 제공한 후보가 사면을 받아 바로 출마함으로써 여당 지지자들이 결집할 명분이 약해졌다. 정치권은 이제 냉정을 되찾고 강서구 유권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유가·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가 실물경제를 억눌러 먹고사는 문제가 팍팍해졌다. 전세사기는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장사해서 번 돈으로 대출이자도 못 갚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압도적 세계 꼴찌인 출산율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기금 고갈을 향해 가는 국민연금은 개혁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전투구 선거전에 뒤로 밀려 정기국회에서 민생 현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보선에서 승리한 야당이든, 패배한 여당이든 겸손한 자세로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침소봉대하거나 일희일비하며 본분을 망각한다면 6개월 뒤 총선에서 철퇴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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