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식의 e런 이야기] e스포츠, 항저우 AG서 위대한 첫발 내딛다

강윤식 2023. 10. 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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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스포츠에서도 그렇다. 각종 대회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는 많은 의미와 함께 사용되고는 한다. 그렇기에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최초'의 '정식 종목' e스포츠 국가대표로 나선 이들 역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FC온라인', '스트리트 파이터 V',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4종목에 나선 선수들은 국가대표의 사명감을 가지고 대회에 나섰다.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를 받으며 부담감을 느꼈을 그들은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준비한 연습실이 문을 닫는 새벽 3시까지 연습에 매진하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회에서의 결과는 훌륭했다. 노력의 결실을 본 것이다.

한국이 출전한 e스포츠 종목 중 가장 먼저 일정을 시작했던 'FC온라인'의 곽준혁과 박기영. 박기영은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패자조로 내려간 쉽지 않은 일정 속에서 대회를 펼쳤고, 전체 36명의 선수 중 4위에 올랐다. 곽준혁은 기대했던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실망감에 고개를 숙였지만, 한국 e스포츠 아시안게임 첫 메달인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사진=한국e스포츠협회.
다른 종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V'. 그렇기에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를 많이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비인기종목의 설움과 함께 대회에 나선 김관우와 연제길. 연제길은 대만의 강자들과 초반부터 만나면 아쉽게 탈락했지만, 40대의 기적을 쓴 김관우가 연제길을 꺾은 상대를 모두 격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한 가장 많은 인기를 자랑했기에, 오히려 더욱 부담될 수밖에 없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팀의 최우제, 서진혁, 정지훈, 이상혁, 박재혁, 류민석. 이들은 대회 현지에서도 중국의 각종 홈 텃세를 상대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한국의 e스포츠 두 번째 금메달을 선물했다.

앞선 종목서 모두 메달이 나온 상황에서 일정을 시작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권순빈, 김성현, 김동현, 최영재, 박상철. 이들은 잠도 줄여가는 강행군 속에서 연습에 매진했고, 부진했던 로드 투 아시안게임(RDAG)의 성적을 털어내고, 2위를 기록하며 소중한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의 호성적을 낸 4종목 15명의 선수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감독, 전력분석관을 비롯한 수많은 지원군들은 역사의 첫 페이지에 영광스러운 이름을 기록하게 됐다. 그러나 이 시작이 끝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한국e스포츠협회.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보인 이런 뛰어난 성과에도 여전히 e스포츠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존재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 최고 스타인 '페이커' 이상혁은 이에 대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기성 스포츠 팬들이 이런 점에 열광하며 자신들의 팀,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e스포츠 역시 충분히 스포츠로 불릴 자격을 갖추고 있다.

또, 아시안게임에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은 요원하다. 세르미앙 응(Ser Miang NG)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은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폭력이 담긴 어떤 형태의 e스포츠와도 제휴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사진=한국e스포츠협회.
이렇듯 아직 e스포츠의 정식 종목 채택에 대한 IOC의 입장은 부정적이지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다시 한번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이후 2030 도하, 2034 리야드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진다면, 올림픽에서도 e스포츠가 자리 잡을 여지가 충분하다. 기존 스포츠 중에서도 골프의 경우 1904년 이후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지만, 아시안게임에서의 성과 등을 바탕으로 2016 리우 올림픽에 정식 종목이 된 바 있다.

이에 더해 e스포츠 관련 기간들의 지속적인 노력 역시 필요하다. 아시안게임의 성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되,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e스포츠와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 노력이 더해져 e스포츠가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이번 아시안게임에서의 성과가 먼 훗날 '그땐 그랬지'의 잊혀진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닌, 위대한 역사의 첫 발자취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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