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로잡힌, 부재(不在)의 풍경.. “불편하지만 찬란한 생의 한가운데에서”

제주방송 김지훈 2023. 10. 1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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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스페이스유닛4(SPACEUNIT4)'에서 개최하는 제주 출신 이다슬 작가의 개인전 '우리 꿈나라에서 만나지 말아요' 입니다.

'스페이스유닛4'는 작가와 평론가가 함께 운영하는 예술실험공간으로 폭넓은 예술적,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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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스페이스유닛4‘서
제주 출신 이다슬 작가 개인전
28일까지.. 사진·영상·설치 작품
‘종달새 날아오르면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 110-C-1’(40x40cm, Pigment print on Awagami, 2023)


# 꿈과 현실, 그 흐릿한 경계에서 종종 갈망하는 것은 눈 앞에 닥친 것과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꿈나라에서 만나지 말’자는 언뜻 어긋나 삐딱해보이는 구절은, 그래서 더 가슴 아픈 역설의 반증으로 읽힙니다. ‘꿈나라’는 제 욕망이나 환상을 충족시키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현실을 회피하는 창구로 해석됩니다. 때때로 우리가 성역이라 생각하는 바로 그 곳이 어쩌면 가장 피하고 있는 심연일 수 있다 말합니다. 꿈이란게 우리네 깊은 소망 혹은 두려움을 모두 포용하듯, 잡초 역시 자연 속에 간과되고 소외된 것들을 수용하면서 삶의 회복력을 반영하는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과감하게 이를 가꾸거나, 방치하고 또 인위적으로 버려두는 걸 택했습니다. 행여  그 과정이 인간의 모순적인 행위에 대한 일종의 성찰이거나 내재된 통제 또는 창조와 파괴 욕구를 반영할 지라도 주변에 자연스레 형성된 세계와 과감하게 대결하며 날선 시선으로 마주해보길 권합니다. 

‘우리 꿈나라에서 만나지 말아요’ 전시 전경


서울 을지로 ‘스페이스유닛4(SPACEUNIT4)’에서 개최하는 제주 출신 이다슬 작가의 개인전 ‘우리 꿈나라에서 만나지 말아요’ 입니다. 11일부터 28일까지 사진과 영상, 설치작 등 15점을 선보입니다.

전시는 작가가 지난 3년간 천착해온 ‘잡초 재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종전 ‘제거 대상’이던 잡초를 정성껏 재배하는데서 인간의 모순을 표현해온 작가는 지난 전시들을 통해서 식물 재배 등과 영양제를 투여하며 인위적으로 잡초들을 키우는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잡초 ‘재배’가 아닌 ‘제거’를 택해 이전과 역전된 입장에 섰습니다.
영양제와 식물조명 아래 기이하게 자랐던 잡초들을 대신해 인공조명 아래 죽어가는 잡초 화분들, 말라 비틀어진 잎과 줄기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조리개, 조명등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합니다. 잡초들의 죽음에 관한 죄책감을 덜어낼 면죄부로 스님의 부적과 주문을 담은 영상들이 함께 합니다.

‘우리 꿈나라에서 만나지 말아요’ 전시 전경


굳이 묻는다면 작가는 자신의 동기, 나아가 행동 뿐만 아니라 이를 이끄는 인간의 본성에 의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왜 제거되어야 할 잡초를 애써 길러놓고 다시 말라 죽게 할까. 자신의 애정을 표현함일까, 힘의 과시일까. 창조일까 파괴하는 것일까. 자연에 순응함인가, 역행하는 것일까. 작가 스스로 양면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행위이자 작품들을 통해 딜레마를 가시화하고 되돌아보게 합니다. 

일종의 ‘꿈나라’로 초대이면서도, 정작 그곳에서는 ‘만나지 말’아달라 말합니다.
그만큼 공유하기에 차마 불편한, 개인적이고 고립된 ‘꿈’의 영역을 적나라하게 현실에 펼쳐냈지만 모순되고 복잡한 관계망을 읽어내는 건 온전히 보는 이들의 몫으로 주어집니다.

작품 안팎의 의도적인 상징과 병치, 형식과 내용에 경계를 허문 작업들에서 전시의 본질을 포착한 강지선 큐레이터(전시 기획)는 이같은 장치들이야말로 “온갖 애정을 쏟아온 잡초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쓸모없는(무의미한) 행위”라 해석하면서 “작가는 그의 관심사인 ‘한 사람에 의한 이율배반적 행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우리 꿈나라에서 만나지 말아요’ 전시 디테일


전시는 ‘스페이스유닛4’가 주관·주최, 제주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후원했습니다. ‘스페이스유닛4’는 작가와 평론가가 함께 운영하는 예술실험공간으로 폭넓은 예술적,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왔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한 이 작가는, 사진을 주매체로 시작하여 복합매체 설치로 작업을 확장해왔습니다. 2012년 아일랜드(Ireland) 코크(Cork)의 Basement Project Space와 2019년 제주 예술곶 산양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올해 부산 아트스페이스 배, 2022년 서울 아트스페이스 신사옥, 2021년 제주 스페이스 126 이외에 여러 공간에서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또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의 San Francisco Arts Commission에서 그룹전과 2022 제주세계유산축전 ‘불의숨길 아트프로젝트’, 2022 아트페스타 인 제주 등 다수 그룹전에 참여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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