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野보좌관·기자 압수수색…'조작 녹취록' 보도 의혹 수사(종합3보)

조다운 2023. 10. 1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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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보도' 추가 정황…"尹이 조우형 언급" 보좌관 발언이 최재경으로 둔갑
허재현 기자 "적절한 취재 거쳐 보도"…김병욱 의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검찰 '대선 허위보도 의혹' 민주당 김병욱 보좌관 압수수색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보좌관인 최모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위해 11일 국회 의원회관 김병욱 의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3.10.11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허위 보도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1일 추가 허위 보도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 수사에 나섰다.

대선 사흘 전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된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이보다 2주 앞서 JTBC에서 보도된 이른바 '윤석열 커피' 기사에 이어 또 다른 보도의 경위 추적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도 처음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 김병욱 의원의 보좌관 최모씨의 국회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했다.

인터넷 매체 리포액트를 운영하는 허재현 기자의 주거지, 민주당 국회정책연구위원인 김모씨의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최씨와 김씨, 허씨가 공모해 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해 3월1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를 의도적으로 봐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취지의 허위 보도를 한 것으로 의심한다.

당시 허씨는 조씨의 사촌 형이자 박연호 전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처남인 이모씨와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최재경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허씨는 기사에 "이씨가 '김양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 회장의 심부름꾼이었거든요. 솔직히'라고 말하자 최 전 중수부장이 '윤석열이 그런 말 했다'고 맞장구쳤다. 이어 이씨가 놀란 듯 '윤석열이 그런 말 했냐? 조우형이 박영수 변호사를 쓴 건 신의 한 수였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적었다.

최 전 중수부장이 직접 당시 주임 검사였던 윤 대통령을 지휘하는 관계였던 만큼 윤 대통령으로부터 보고받은 수사 내용을 한참 뒤에 부산저축은행 관계자에게 전달해준 것으로 보인다는 게 허씨가 제기한 의혹이었다.

허씨는 관련 수사가 본격화된 직후인 지난달 7일 페이스북에서 이 기사를 다시 소개하며 "김만배·신학림 인터뷰가 거짓이면 최재경이 한 이 말은 뭐냐. 이 녹취록은 제가 직접 입수해서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도된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이 최 전 중수부장이 아닌 보좌관 최씨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의원의 보좌관인 최씨와 이씨 사이에 오간 대화가 최 전 중수부장과 이씨의 대화로 둔갑해 보도됐다는 것이다.

최 전 중수부장은 보도 내용에 대한 연합뉴스 질의에 "보도를 지금 봤다"며 "이씨를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대선을 불과 8일 앞두고 이 같은 보도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이들을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입건했다.

검찰 압수수색 직후 자택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촬영 이도흔]

허씨는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취재진과 만나 김씨와 최씨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며 공모관계를 부인했다.

그는 당시 녹취록을 보도한 경위를 두고는 "신뢰할 만한, 적절한 취재 방식을 거쳐 확인해서 보도한 것"이라면서도 "최 전 중수부장에게 문자로 반론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어서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수사"라며 "검찰이 언론플레이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허씨 주거지 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검찰과 허씨, 지지자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한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최씨와 허씨,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대선 직전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당시 JTBC 소속이던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등이 유사한 의혹을 잇따라 보도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배후세력'을 규명하려는 수사가 정치권으로 뻗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녹취의 전달 경로 수사와 관련해 김 의원의 이름도 압수수색 영장에 포함했다.

최씨는 김 의원이 대선 때 '윤석열 은폐 수사 및 50억클럽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실무팀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피의자인 김씨도 같은 시기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에서 조사팀장을 맡았다. TF단장은 김병욱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허재현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오늘 보도를 보고 처음 인지했다. 모르는 사람이고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다"며 "(검찰이) 왜 선거와 국정감사가 있는 날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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