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면 확정 수익” 귀농·은퇴 자금 타깃…유사수신 사기 기승

피해 민원 36.5%가 ‘60세 이상’

A씨는 귀농 박람회에서 6000만원을 투자하면 인삼 재배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 월 100만원의 확정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한 영농조합의 홍보 부스를 찾게 됐다. 이 영농조합은 투자금을 3년 후에 전액 반환하며 이를 보증하기 위해 제도권 금융회사의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주겠다고 A씨를 안심시켰다. A씨는 이들에게 은퇴자금 중 6000만원을 투자했지만, 수익금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영농조합은 연락이 두절됐다. B씨는 지인의 소개로 참석한 투자설명회에서 친환경 종이 판매와 해외 선물 거래로 확정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업체의 광고를 보게 됐다. 해당 업체는 원금 보장을 위해 지급보증서도 발급해주겠다며 B씨를 속였고, 모집 수당을 미끼로 지인 소개를 권유하기도 했다. B씨는 2600만원을 투자하고 가족을 포함해 7명을 소개했지만 업체는 곧 연락이 두절됐다.

11일 금융감독원은 고령층의 노후자금을 노린 불법 유사수신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사수신 관련 민원 중 60세 이상에게서 접수받은 민원이 전체의 36.5%를 차지했다.

불법 업체들은 고령층이 은퇴 후의 삶에 관심이 높은 점을 이용해 은퇴 박람회나 현장 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접근했다. 이들은 조합 사업을 가장해 평생 연금처럼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현혹했다. 실제로 일정 기간은 약속한 확정 수익을 지급하며 배당금 재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불법 업체들은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금융회사를 사칭하며 가짜 지급보증서를 제공했다. 고령층이 가상자산 등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노려 가짜 전자지급거래 플랫폼 등을 이용해 코인·캐시·포인트 등으로 수익금이 지급된 것처럼 현혹하기도 했다. 고령층이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지인의 말을 별다른 의심 없이 믿고 투자한다는 점을 이용해 고액의 모집수당을 주면서 주변 지인, 가족 등에게 투자를 권유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협동조합 등 조합 사업을 가장해 매월 배당금 지급을 약속하는 등 상식에 맞지 않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는 불법적인 유사수신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